아이들 마음? 시 속에 있다
아이들 마음? 시 속에 있다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6.0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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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오일 청소년시집 <나는 나다>

"너무 아플 땐 꽁꽁 닫아 두지 말고 누구 한 사람에게라도 아프다고 얘기하세요. 안 그럼 힘들잖아요."- 시인의 말

[북데일리] <나는 나다>(푸른책들.2014)는 제 8회 푸른문학상 수상 시인 안 오일의 두 번째 청소년 시집이다. 이 장근 시인과 더불어 청소년시를 개척해온 시인의 이번 시집엔 자기자신, 가족, 친구, 선생님, 등 청소년들의 주변에 대한 고민을 57편의 시에 솔직하게 담아 놓았다. 청소년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살피고 보듬어줘 소박하고 담백한 문체 안에 그대로 담겨 있다.

"나를 소개하란다/ 한동안 나를 들여다보는데/ 참 낯설다/(중략)// 내가 잡아 주었던 친구들의 손은/ 아직도 내 손의 온기로 남아있는데/ 난 한 번도 내 손을 잡은 기억이 없다/ 나를 바라 볼 시간 없이/ 나를 데리고 다녔던 나는/ 세상만큼 얼마큼 살았을까/ 텅 빈 자기소개서가 나를 바라 본다/ 그리고 웃으며 말한다/ 우리/ 악수해 볼까?('자기소개서')부분

요즘 아이들은 좀처럼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이 시를 읽다보면 그 속마음이 보인다.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그들과 호흡하려는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읽힌다.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 아이들이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명찰을 잃어버렸다/(중략) 부글부글 속 끓이고 있는 내게/ 동건이가 다가와 말한다/ 야, 김민혁!/ 너는 너를 어디다 흘리고 다니냐?/ 내 명찰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명찰을 받아 다는데/ 너를 어디다 흘리고 다니냐는 동건이 말이/ 묘하게 가슴에 얹힌다/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 당당하게 못하고 그냥 휩쓸려 갈 때가 많았다/ 그렇게 나를 흘리고 다닐 때가 많았다/ 종종 나를 잃어버린 내게/ 나는 벌점 얼마를 주어야 할까"('벌점')부분

시 속 언어는 평범하지만 아이들에겐 비범하고 달콤하게 들릴 것 같다. 그만큼 솔직하고 담백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이런 솔직담백한 대화를 원하지 않을까.

"친구들과 담배 피우고/들어온 내게/ 어른들 담배 피우는/ pc방은 가지 마라/ 내가 피운 걸 모르는 척/ 은근슬쩍 넘어가 주는 엄마/ 나도 몰래 그래 볼까/ 원래부터 안 피웠던 것처럼/ 스리슬쩍 끊어볼까"('고단수 엄마')전문

시인은 어른들에게 귀띔한다. 아이들한테 때로는 알고도 속아 주고 모르고도 믿어야 하는 상황이 수시로 시험에 들게하면 호된 꾸지람과 채근만이 바른 길로 인도하는 비결은 아니라는 걸 시인은 은근슬쩍 말을 흘린다. 아이들 속에는 또 다른 자아가 웅크리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수행 평가 하러 미술관에 가서 본 초록 모자를 쓴 소녀/ 피카소 작품이다/ 눈동자는 앞을 보는데 /입은 옆모습이고/ 또 하나의 눈은 머리에 달렸고/귀는 코 옆에 달렸다/ 평론가들의 해석 말고 느그들 감상을 써 내라/ 까칠한 미술 선생님의 주문에/ 작품 속으로 몰입해 보는데/ 니 속은 어떻게 생겨 먹었냐는/ 엄마 말씀이 불쑥 떠오른다/ 엄마 말씀이 맞을수록/ 왠지 듣기 싫어지는 내 귀/ 보면 안 되는 것일수록/ 요리조리 슬쩍슬쩍 잘도 보는 내 눈/ 미영이가 좋으면서도 자꾸만 툭툭거리는 내 입/ 그래 진짜 내 모습은 저렇게 생겼는지 몰라/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늘 비껴가는 내 마음을 닮은 "('내 마음속에 사는 피카소')전문


시인은 아이들의 마음을 조용히 읽어낸다. 아이들에게 말을 들려주려고만 하는 어른들과는 사뭇 다르다. 아예 입을 닫아버린 아이들이 시속에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겨를을 만들고 입을 연다. 시인은 시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바라봐야 하고 어디로 걸어가야 하는지, 적어도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방향이 어느 쪽인지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시집은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하다.<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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