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회 술독에 빠지다
조선사회 술독에 빠지다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5.2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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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선의 <조선 왕들, 금주령을 내리다>

"술 마시기를 늘 하지말고, 덕으로써 몸을 가지도록 하라.  어찌 해로우랴  말하지 마라. 그 해로움이 날로 심해지리라" - 숙종

 [북데일리] <조선왕들, 금주령을 내리다>(팬덤북스.2014)는 조선 시대를 살다간 선조들의 음주의 실태를 현대인들에게 술의 해악에 대해 준비했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의 기본 자료에 의해 엮었으며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조선의 국왕과 술의 관계를, 2부는 조선시대 대표적 주당들의 행태와 술의 폐해를 보여 준다.
 
 조선시대에는 매일 아침 대신, 중신, 시종관侍從官등의 관료들이 편전에 모여 국광을 배알하고 정사를 보고하는  약식 조회인 상참常參을 열었다.(중략) 조회를 마치고 나면 임금이 참석한 관료들에게 술자리를 베푸는 경우가 많았다. 말하자면 아침부터 대궐에서 술자리가 벌어진 것인데, 대개는 간단히 끝나지만 때로는 거나하게 취할 정로로 자리가 커지기도 했다"(p.22)
 
 이처럼 임금은 신하들만이 아니라 백성들은 물론 죄수들에게도 술을 안주를 주어 위로하였다고 한다. 저자는 조선의 역대 왕들 중 술을 제일 좋아한 왕과 가장 싫어했던 왕들을 밝힌다.
 
 임금 중 술을 좋아한 호주가를 꼽는다면 태종, 세조, 영조를 들 수 있다. (중략) 그 중 최고의 호주가로는 단연 영조가 아닐까 한다. 즉위 이전이나 재위 중 어려운 일을 많이 겪은 왕들은 대체로 술을 좋아했던 것 같다. 태종은 왕자의 난 등을 통해 골육상잔의 아픔을 겪었고, 세조는 계유정난으로 조카를 몰아냈다. 영조는 미천한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왕위에 오르는 데 많은 고초를 겪었고,(중략) 조선의 왕들 중 술을 가장 싫어했던 왕은 아마도 세종이 아닐까 한다. 세종은 본래 주량이 약하며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왕인 태종과 신하들이 술을 강권하는 바람에 거절하느라 큰 곤욕을 지른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p.31)

 세종이 술을 못해서 신하들에게 애를 태웠다면, 영조는 반대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신하들의 두통거리가 되기도 했다.
 
 "술은 곧 약이요, 음식이었다. 몸이 아프거나 허약할 때 약으로 술을 마시거나 약을 먹으면서 술을 함께 마셨다. 따라서 술은 곧 약주요, 음주는 복약, 곧 약을 먹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당시에 자주 쓰인 주식이라는 말도 술의 일종의 음식으로 여겨졌음을 보여준다. 술과 약, 술과 밥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처럼 그야말로 주식동원酒食同源이요, 주약동원酒藥同源이었다."(44쪽)
 
 당시 조선시대 사람들의 술에 대한 인식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글이다. 당시 술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길 정도였으니 위로는 고위 관료들로부터 아래로는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술 마시는 풍조가 만연해 술을 숭상한다는 의미의 숭음이 조선중기에 확산되어 음주가 생활화 되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에는 한양 도성 안 골목에 술집이 꽉 차 온 나라 사람들이 음주에 빠져 들자 나라에서는 금주령을 내리게 된다. 금주령을 어겨 체포되거나 처벌을 받는 자들은 대부분 힘없는 백성들뿐이었다. 관리나 세도가들은 법망을 빠져 나갔다. 
 
 "술의 해독은 크다. 어찌 곡식을 썩히고 재물을 허비하는 일뿐이겠는가. 술은 안으로 마음과 의지를 손상시키고, 겉으로는 권위를 잃게 한다. 혹은 술 때문에 부모의 봉양을 저버리고, 혹은 남녀의 분별을 문란하게 한다. 해독이 크면 나라를 잃고 집을 패망하게 만들며  해독이 적으면 성품을 파괴하고 생명을 잃게 한다. 술이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더럽혀 문란하게 만들고 풍속을 퇴폐하게 하는 것은 이루 다 열거 할 수 없다.(p.97)
 
 조선 초 술을 가장 경계한 세종의 계주교서戒酒敎書다. 계주교서는 금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술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지나친 음주를 훈계하고 경계하는 내용이다. 특히 영조는 술이 사람을 미치게 해 악한 사람으로 만들어 각종 범죄에 빠져들게 하는 광약狂藥이라고까지 하며 절주를 당부하기도 한다. 이처럼 술 권하는 조선사회의 부작용은 날로 심각성을 더한다.
 
 이성계의 맏아들인 이 방우, 세종의 서자인 이관, 이공, 이증, 소주에 산초를 타서 폭탄주를 마신 세자의 스승. 술주정 때문에 파직 당한 관리, 임금을 너라고 부른 정승, 무엄하게 관리들 임금의 옥좌에 올라간 관리, 형수와 싸운 시동생, 임금을 비방한 관리, 임금에게 무례를 범한 백성, 임무를 그르친 관리들, 술에 취해 남들에게 행패를 부린 주폭 삼형제(김하, 김거, 김석) 등 이들은 모두 술 때문에 죽거나 패가망신한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조선왕조 실록으로 들여다본 조선시대 천태만상의 음주풍습은 여태 알고 있던 유교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술 때문에 벌어지는 사회악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저자는 조선시대 술꾼들의 음주 행태를 통해서 현대인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고자 한 것은 아닐까.

 저자 정 구선은 동국대학교 사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저술과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중세와 근세사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조선은 뇌물 천하였다> <조선의 출셋길, 장원급제> <조선의 발칙한 지식인을 만나다>등이 있다. <장맹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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