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헤밍웨이의 철저한 글쓰기
[책속의 지식] 헤밍웨이의 철저한 글쓰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5.20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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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중에서

[북데일리] 신간 <작가란 무엇인가>(다른. 214)는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밀란 쿤데라 등 세계적인 작가 12인을 인터뷰한 책이다. 책에 소개된 헤밍웨이의 글쓰기 습관이 독특하다.

 “헤밍웨이는 서서 글을 쓰는데, 이건 그가 처음부처 갖고 있던 글쓰는 습관이다. 그는 크고 편한 신발을 신고 닳아빠진 얼룩영양의 가죽 위에 서서 글을 쓴다. 타자기와 독서대는 그의 가슴께에 있다.

헤밍웨이는 항상 연필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얇은 반투명한 타자지 위에 글을 쓰기 위해 독서대를 이용한다. 그는 타자기 왼쪽에 있는 클립보드에 한 다발의 깨끗한 종이를 끼워두고,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는 말이 새겨진 금속성 클립에서 한 번에 한 장씩 종이를 꺼내 쓴다. 그는 종이를 비스듬히 올려놓은 독서대에 기대어서, 왼손으로 종이를 잡고 하나 가득 글씨로 채운다. (중략)

구두점 사용은 줄어들고, 대문자를 좀체 쓰지 않고, 종종 마침표 대신 X자를 쓰곤 했다. 한 면을 다 쓰고 나면, 타자기 오른편에 있는 다른 클립보드에 종이를 뒤집어서 철한다. 헤밍웨이는 글쓰기가 빠르게 잘 진행되거나 대화처럼 단순한 것을 쓸 때만 독서대를 치워버리고 타자기를 사용한다.

그는 골판지 상자의 한쪽을 떼어 만든 ‘나 자신을 속이기 않기 위한’ 커다란 도표를 벽에 걸린 가젤 머리 박제의 코 아래편에 걸어놓고는 매일 진척되는 상황을 기록한다. 도표 위에 쓰인 숫자는 매일 쓴 단어 수를 뜻하는데, 이 숫자는 450, 575, 462, 1250, 다시 512와 같이 다양하다. 헤밍웨이가 평상시보다 일을 많이 한 날 써놓은 큰 숫자는, 그가 다음 날 멕시코 만에서 낚시질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더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한 것이다.” (p.384~p.395)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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