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천개의 얼굴을 그리세요
매일 천개의 얼굴을 그리세요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5.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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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삶은 지금이며, 생명의 출렁임이며, 거친 호흡이며, 구름처럼 불완전한 끊임없는 변이입니다.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북데일리] <마지막 편지는>(휴머니스트.2013)은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의 유고집이다. 고인 구 본형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월간지에 연재했던 편지를 정리해 모았다. 수신인은 자신의 후배이자 제자이고, 앞으로 변화의 길을 함께할 친구들에게 열정과 정성을 담아 보낸 답신이다. 열네 통의 편지는 그의 말처럼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을 살고 싶은'사람들에게도 힘과 용기를 주는 내용이 많다.

"나의 젊음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아주 많은 우연한 사건들' 속에서 자신을 노출시키는 용기라고 생각하네. 지나고 보니 인생은 결국 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로 짜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계획대로 일이 이루어져 기쁘기도 하고, 오래 준비하고 바라던 일이 무산되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삶에 당황하고 고통스러우며 지내기도 하지만. 결국 그 사건들이 곧 인생의 내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네."(41쪽-'Y에게,젊음은 미리 늙지않는 것이네')중에서

​ ​이 편지는 대학생 Y가 저자에게 강연을 부탁한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현재의 삶에 참여하려는 멋진 그 청년에게 '젊음은 결코 미리 늙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제목을 붙인 강연회에서 저자는 삶이 흥미진진해지려면 그 사건들이 흥미진진해야 한다. 어떤 사건이든 그것을 훌륭하게 재해석해낼 수 있는 힘이 중요한다고 전한다.

​ "나는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네. 하나는 싸움을 잘하라는 것이네. 부딪치지 않고는 조화할 수 없다네. (중략) 하나가 늘 피하고 양보하고 눌러두면, 다른 사람에게는 편할지 몰라도 참는 사람에게는 질곡과 억압이지 않겠는가? 그것은 진정한 관계가 아니라네. 결혼이 아니라네. 그러니 하나의 사건을 놓고도 견해가 다르고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는 그 차이를 받아들이면서 서로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창조적 불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네. 나는 이 불협화음을 튜닝이라고 부른다네.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의 악기가 되는 것이네."(53쪽.'결혼을 앞둔 J를 위하여')중에서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이 새겨 들을만한 이야기다. 양보하는 미덕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싸움을 잘하라는 당부는 현명한 관계유지를 하는데 필요하지 않을까. 저자는 화가가 된 후배에게도 관심어린 충고도 잊지 않는다.

​ "어떤 일은 바랐으나 이루어지지 않고, 어떤 일이 바라지 않았으나 뜻밖에 이루어지기도 한다네. 그리고 알게 되지. 그 바라지 않았던 사실은 정말 마음을 다해 바라던 바로 그 일이라는 것을 말일세.(중략) 몇 년전에 자네는 미술학원을 접었고이제 다시 그일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마음가짐이 완전히 다를 것이네. 지금 자네는 미술 옆에 있고, 미술을 통해 자기실현도 해가니, 그것은 진정한 화가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삶과 예술은 분리될 수 없네. 삶이 아니라네, 이제 자네는 진정한 화가로 입문한 것이네. 비로소 세월속에 그대를 닮게 되었네. 축하하네."(125쪽 ~126쪽.'마침내 화가가 된 A에게')중에서

​ 숱한 방황끝에 화가의 길로 들어선 A의 전시회 "현대인의 표정전'을 보고 마음을 담아 쓴 편지다. 저자는 책에서 방황하는 A에게 매일 천개의 얼굴을 그려 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마음이 본 것을 손이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격려의 편지가 가슴 뭉클하게 전해온다.

​ 이 편지의 수신인은 특정 개인이지만 책장을 넘기는 독자는 자신을 향한 구구절절한 편지로 읽는다. 책 속 열네 통의 편지를 통해 저자는 때로는 엄한 아버지처럼 호통을 치고, 때론 듬직한 형이나 친구처럼 꿈을 찾아가게끔 따듯한 용기를 북돋아 준다. 저자는 2013년 4월 13일 폐암으로 별세하였으며 이 편지가 세상 사람들에게 남긴 마지막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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