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민낯을 공개하다
책의 민낯을 공개하다
  • 장맹순 시민기자
  • 승인 2014.05.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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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책의 정신>

"이 책을 계획한 것이 대략 2005년이다. 도서관운동을 시작하면서 한국에 불어닥친 독서운동 열풍(독서열풍이 아니다)과 그 방식에 의문을 품었고, 효과를 의심하면서 나름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다. (중략) 독서는 즐거워야 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 담길 이야기는 책을 좋아하는 당신의 달콤한 독서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내가 책을 바라보는 기본 입장은 즐거움이다. 깊고 넓게 이해 한 다음 떠나는 여행이 즐겁다. 이미 수천 만종의 종이책이 존재하는 드넓은 책 세상을 여행할 때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p.13)

[북데일리]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을 담은<책의 정신>(알마.2014>은 작가 강 창래가 2005년 도서관운동을 시작하면서 사서들과 도서관 활동가들을 대상으로'강의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내용은 격주간지인 <기획회의>에 연재되고 있으며 페이스북에서도 일부 소개된다.

책은 다섯 개의 이야기로 나눠 포르노소설과 프랑스 대혁명, 아무도 읽지 않은 책, 고전을 리모델링해 드립니다, 객관성의 칼날에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오해 등, 책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해석들로 가득하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 대혁명 이전의 금지된 베스트셀러에는 세 종류의 책이 있었다. 정치적 중상 비방문. SF. 포르노 소설. 이 세 종류의 책은 오늘날에도 그리 격이 높은 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위대한 고전이라 알려진 작품들. 그러하니까 그 유명한 계몽 사상가들의 저작물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18세기가 가장 위대한 정치논문이자 프랑스 대혁명의 성서라고 할 수 있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나기까지 거의 읽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그래도 여전히 루소는 프랑스대혁명을 일으키는데 대단한 역할을 한 저자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에밀>이나 <사회계약론>이 아니라 한 세기를 풍미했던 연애소설<신 엘로이즈>에서 나온 것이었다."(p.19)

프랑스대혁명과 루소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잘못 알려진 책과 내용에 대한 사실을 자료와 도판을 통해 보여준다. 그러면서 프랑스대혁명에 영향을 끼친 연애소설<신新 엘로이즈>에 대해 언급한다.<신新 엘로이즈) 가 1761년에 출간되어 40년 동안 115쇄를 찍었다는 사실과 당시 문맹률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을 거라고 전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계속 이어진다.

"그렇다고 갈릴레오가 그와 달리‘제대로’실험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자유낙하운동에 대한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보자. 그는 긴 널빤지에 홈을 파고, 그 홈을 따라 청동으로 만든 공을 굴려 소요 시간을 쟀다. 갈릴레오는“100번 가까이 반복된 그 실험을 통해”낙하 시간이 자신의 법칙에 들어맞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학사가인 버나드 코헨(I. Bernard Cohen, 1914~2003)에 따르면, 갈릴레오가 얻은 결과는 사전에 그가 얼마나 확실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왜냐하면 당시의 기술로 볼 때 그렇게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실험환경을 만들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갈릴레오와 동시대 과학자였던 르페르 메르센은 비슷한 실험을 해보았지만, 그 결과치의 차이가 너무 커서 갈릴레오가 내놓은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p.139~p.140)

책에서 저자는 과학혁명이 태동기였던 당시 분위기를 짚어 갈릴레이 이론이 상당부분 영웅화 된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미 알려진 인물이나 고전은 고정관념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 이유가 논제의 출발점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때문이라 답한다.

​ "서양철학사를 들여다보면 '소크라테스의 문제Socratic problem’라는 말이 종종 등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거의 대부분 플라톤(BC 427~BC 347)의 작품들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한 것을 마치 생중계하듯 썼지만, 사실은 논픽션이 아니라 철학적 픽션이다. 쓴 시기로 봐도 논픽션으로 보기는 어렵다. 플라톤은 스무 살의 한창 나이에 예순세 살의 소크라테스를 만났고,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재판을 받고 사형당한 뒤, 그러고도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대화편들을 쓰기 시작했다. 백보 양보해서 논픽션이라고 해도 픽션이 아주 많이 가미된 논픽션이라고 봐야 한다.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는 모든 대화편이 기억에만 의존해서 쓰였기 때문이다. 비디오도 녹음기도, 심지어 메모해둘 종이도 없던 시절에 무슨 수로‘있었던 그대로’를 쓴단 말인가? …

그런데 <논어>에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 <논어> 역시 공자가 쓴 글이 아니다. 공자가 죽은 뒤 제자들이 썼다. 언제 누가 쓴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독자 여러분은 내가 고려 말 누군가의 어록을 마음대로 편집해서 내놓는다면 얼마나 믿겠는가. 더욱이 공자는 기원전의 인물이다. 최초의 <논어> 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상상하기 힘들만큼 원시적인 수준이었던 세월을 700년이나 지난 뒤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게 정말 공자의 어록일까? (p.169~p.171)

저자가 관련 서적과 문헌자료를 제시하며 보여준 소크라테스의 문제와 공자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런 오류가 현재까지 정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니 놀랍다. 고전과 관련한 현대 저작물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텍스트가 어떤 배경에서 쓰인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을 통해서 지금까지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것들을 비판하지 않고 무조건 받아들인 독서활동이 아니었나 싶다. 다양한 자료와 도판 읽기는 다소 어렵기는 하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던 책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 건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가 말한 달콤한 책읽기엔 미치지 못했지만 어렴풋이 책표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책이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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