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얼마나 부질 없는가
말이란 얼마나 부질 없는가
  • 장맹순
  • 승인 2014.05.0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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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시인의 <달북>

"시는 침묵으로부터 나오며 또한 침묵을 동경한다."

​[북데일리] 문 인수 시인의 시를 읽으면 인간의 말이란 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싶다. 적어도 시에 머무르는 동안엔 그렇다. 토시 하나도 함부로 달지 않는 인색함이 오히려 우리를 사유의 길로 안내한다. 시인의 이번 시집 <달북>(문학의 전당.2014)은 살과 뼈를 '한 침묵에서 다른 침묵으로 가는 길' 위에 세워둔다.

​ "물새 발자국이 한 줄 잔설위에 찍혀 있다. 아침 햇살이 대고 언 종적을 따라 간다/여기다!/ 날개 핀 자리/ 상처가 좀/더 깊다."​('강')전문

​ 시인은 잔설위에 찍힌 물새 발자국을 보고 햇살을 시켜 따라가게 한 다음. 새 발자국이 끊긴 곳, 새가 날개 폈을 자리에서 상처의 깊이를 들여다보게 한다. 그의 따순 오지랖은 자연스레 은행나무에게로 향한다.

​ "은행나무 밑둥치마다 낙엽이 몰렸다/ 이 추위가 아니라면 어찌 너의 이름 알리/ 반음씩, 더,/ 다가간다/ 따신 곁이 참 많다."​('곁들')전문

​ 풍경 속 은행나무가 낯설지 않다. 은행나무 밑둥치에 몰린 낙엽을 보고 시인은 말없이 곁을 내어 준다. 어쩌면 시인도 추운 날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곁불을 쬐지 않았을라나. 주변의 친숙한 사물들의 넉넉함이 깊은 울림으로 이어지게 한다.

​ "이 풀잎 잎 그림자의 일획이 아, 음각이다/ 바람에 몸 문질러/ 제 어둠 새기는 거/ 하늘에/ 눈에 밟히다/ 저녁 붉은 것이다​."('노을에 새기다')전문

​ 시는 보고 그리되 말하지 않고 침묵위에 또 한 겹 침묵을 얹는 것과 같다고 했던가.​ 풀잎그림자가 제 몸을 어둠에 새긴다. 그걸 지켜보는 시인은 눈에 밟힌다 하는데 해 지는 노을 속으로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적막한 소리가 아련한 걸 보면.

​ "죽은 지 칠 년 여/ 그 단칸방을 나왔다/ 겹겹 껴입은/ 복더위에/ 백골에/ 사무친 냉골, 그 노인/​ 으,/ 떨며/ 나왔다."('막막')전문

​ 죽은 지 칠년 만에 백골이 되어 발견된 노인의 말은 고아였을까. 불안한 침묵이었을까. 시인은 자기 세계를 만들지 못한 망자에게서 막막함을 느낀다. 만장도 없고 소리꾼도 없는 주검을 위해 시인은 환한 북소리로 떠나가는 망자의 혼을 달래주지 않을까.

​"봐, 달은 어디에나 떠 기울여 널 봐.

그 마​음 다 안다, 그건 그래, 그렇다 하는...... 귀엣말,

환한

소리,

지금 다시 널 낳는 중.​"

​(달북)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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