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는 안목 기르려 공부 많이 하죠."
"책 보는 안목 기르려 공부 많이 하죠."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5.01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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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광화문점 북마스터 이복선 파트장

“요즘 사회적으로 침체되어 있잖아요. 연세대 김주환 교수가 쓴 <회복 탄력성>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삶에 지칠 나이 때에 있는 분들에게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북데일리]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북마스터(Book Master)’ 이복선 파트장은 추천 책 한 권을 청하자 곧장 입을 열었다.

지난 28일 국내 최고의 서점 교보문고 광화문 점을 찾았다. 마침 이날은 월요일인데다 비까지 내려 서점으로서는 일주일 중 제일 한가한 날이었다. 참고로, 토요일이 제일 바쁜 날이다. 아직 시기적으로 예민한 때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주에는 이전 주와 다르게 여행관련 코너에 사람들이 다소 많은 게 눈에 띄었다.

교보문고에는 ‘북마스터’ 파트장이 총 6명이 있다. 대부분 경력이 10년~20년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북마스터는 사람들에게 책과 독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다른 서점에서는 보통 MD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이 북마스터 중 문학과 인문을 담당하고 있는 이복선 파트장은 교보문고에서 23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만큼 경험이 풍부하다. 그녀는 오랜 기간 예술 분야를 담당했는데, 작년 8월부터 인문 쪽을 맡고 있다. 문학 쪽에는 시, 소설 담당 북마스터가 따로 있다.

“조용하고 잔잔한 예술 파트와 달리 문학 쪽은 매우 바삐 움직여야 해요. 만일 사회적으로 저명한 어느 분이 돌아가셨다던가, 누가 오신다고 할 경우 관련된 책들을 시류에 맞게 구비해야 하죠. 다른 문학 관련 정보도 신속하게 입수해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빨리 확보해야 합니다.”

업무의 특성상 북마스터들은 책에 대한 정보 습득이 빠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파트별로 독서 모임을 열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공부를 하기도 한다. 책을 보는 안목이 현재 직업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프라인이라는 한정된 공간속에서 좋은 자리에 좋은 신간을 소개하는 일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먼저 40권~50권의 책을 선정한 후, 최종적으로 출판사 10곳과 북마스터 5명이 투표를 한다. 표를 많이 받은 10위까지의 책을 중앙 라인에 진열한다.

“요즘에는 ‘내일이 기대되는 작은 책’이라는 이벤트가 반응이 좋습니다. 우리 광화문점에서 소규모 출판사를 대상으로 처음 시작한 행사입니다.”

현재는 전 점포를 대상으로 추진 중이다. 구매 담당자들이 22종정도의 책을 선정해서 매월 1일에 진열한다. 이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온/오프라인 담당 북마스터들이 모두 모여 시즌에 맞는 주제를 정해 책을 선정한다. 특히 5월은 가족과 관련된 책이 추천될 예정이다. 우리 시대의 ‘롤 모델’ 코너를 마련해 그들이 쓴 책이나 추천 도서를 소개하는 행사도 그 중 하나다.

예전과 달리 인터넷이 발달한 요음, 한 달에 한 번씩 교보문고만의 특별한 행사가 있다. ‘책 빨리 찾기’ 이벤트가 바로 그것. 직원들은 1분40초 안에 문제로 제시된 9권의 책을 찾아야 하고, 매월 서점에서 하는 행사에 대해 주관식 문제를 풀어야 한다. 우수 사원에게는 시상을 한다.

북마스터로 일하다보니 책과 사람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연이 있다. 그중 신입사원 시절 기억 한 토막이다.

“책에 뭐라도 조금 묻어 있으면 매우 싫어하는 남자 고객이 있었어요. 보통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수준 높은 공연 쪽 책을 주로 찾으셨죠. 그 손님은 이런 저런 불편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일을 계기로 저는 손님이 찾던 책은 잘 받으셨는지, 상태는 괜찮은지 전화도 자주 했죠.”

이후 그는 대학 공부를 위해 독일 유학을 갔고 몇 년 후 독일에서 이메일이 왔다. “한국 서점과 달리 독일은 직원들이 매우 사무적이고 딱딱하다. 책이 없으면 구해 줄 생각도 안한다. 그들이 전문 지식은 많을지 몰라도 서비스 수준은 낮다. 교보문고가 생각나고, 이전에 친절했던 게 기억나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는 내용이었다.

그 때부터 그는 한국에 나올 때 마다 교보문고를 찾아왔다. 사적으로 겪은 안 좋은 일, 부모님 중 한분이 돌아가셨다는 얘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녀에게는 고객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 사례다.

“다소 기분 나쁘고 까다롭게 클레임을 제기하는 고객들도 알고 보면 그 이면에는 아픈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그런 걸 직원들이 알고 이해하려고 하면 그분들도 95% 정도까지는 저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내 입장만을 생각하기 보다는, 상대가 왜 불편함을 느끼는지 자꾸 들으려고 하면, 해결을 다 못해주더라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게 있어요. 그런 경우에 보람을 느껴요.”

이복선 파트장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에 다니는 아들 둘을 뒀다. 그녀는 서점에서 일하다 보니 아이들 책 걱정은 안 한다며 웃었다. 엄마가 책 관련 일을 하다 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터이다.

첫 만남이었지만 뜻 깊은 시간이었다. 좋은 책을 고객들에게 알리고자 열정을 다하는 그녀에게서 전문직 여성이 가진 완숙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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