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이 루카의 <여름빛> 중에서
[북데일리] 바다와 산은 닮은 곳이 없다. 그것은 일반적인 생각이다. 바다는 하늘을 비추고, 산은 하늘에 닿는다. 이렇게 생각하니 바다와 산은 하늘이란 공통분모가 있는 듯하다. 이누이 루카의 <여름빛>(레드박스. 2014)의 다음 구절을 읽다 든 생각이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숲의 푸른빛에서 바다를 떠올리게 만드는 신선하고 아름다운 문장이다.
‘어두컴컴한 활엽수 숲 속은 바다 밑바닥에 있는 것 같았다. 느릅나무, 모밀잣밤나무, 계수나무, 물참나무 같은 거목의 가지와 잎들이 제멋대로 자라 뻗어서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서로 손을 맞잡았다.
나뭇잎이 드리운 시커먼 그림자 너머에는 맑은 여름 하늘의 푸른빛이 반짝인다. 불순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파란색을 증류해서 다시 한번 추출한 듯한 푸른빛이었다.
숲과 하늘은 빛과 그림자로 선명하게 구분 지어 있었고, 그 앞은 마치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 같았다. 팔을 허우적거리면 떠오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수면을 얼굴을 내밀면 숨을 쉴 수 있듯이, 저 푸르름 속에서는 괴로운 일 따위 하나 없겠지.’ (29~30쪽,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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