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흘러야 '영혼에 무지개'
눈물이 흘러야 '영혼에 무지개'
  • 장맹순
  • 승인 2014.04.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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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생명이 자본이다>

[북데일리] 시대의 변화를 잘 읽는 이어령 교수의 신작 <생명이 자본이다> (마로니에북스.2014) 이 나왔다. 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이다. 병들고 노쇠하여 더 이상 혼자 걸을 수 없게 된 자본주의 문명을 다시 복원하기 위해 '생명'과 '사랑'이라는 화두로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생명자본주의'에 대해 쉬운 언어로 풀어 놓는다.

​ 책은 50여 년 전 이야기로 시작된다. 겨울 밤, 아궁이의 연탄불이 꺼져 살얼음 속에 화석처럼 박힌 금붕어를 살려낸 ‘금붕어 유레카' 의 경험은 그날의 방과 어항을 얼렸던 추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 겨울의 추위가 차가운 자비요 은총이라고 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 만약 겨울이 없었다면 동물들은 겨울잠을 잘 수 없고 논밭의 농부들의 고된 땀은 식을 때가 없을 것이다. 마치 밤이 없다면 대낮 속에서 그 많은 노동으로부터 쉴 수가 없듯이. 생명은 뜨겁다.(중략) 식물도 바람이 불면 말갈기처럼 이파리들을 나부낀다. 꽃이 피고 지는 것, 나이테가 느는 것 등. 잠시도 쉬지 않고 성장한다. 또 예민한 청각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뿌리들의 숨어 있는 노동, 소낙비와 햇빛 속에서 엽록소들이 부지런히 양분을 만들어 나르는 수액의 소리가 들릴 것이다. 우리는 삭풍을 악마가 내쉬는 숨소리처럼 듣고 있지만 이 추위가 없었다면 끝 모르는 욕망을 누가 잠재울 수 있으며 종신형의 중노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할 것인가.(p.99)

​ 저자는 책에서 세한삼우(歲寒三友)를 소개한다.​ 추위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소나무와 대나무, 눈 속에도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의 기상을 예로 들며 겉은 차고 속은 따뜻한 선비의 모습과 같다고 말한다. 생명을 뜨겁게 만드는 것은 추위 때문이라고 말한다. 생명으로 흐르는 물에 대한 발견이다.

​ 모든 것이 다 오염되고 고갈되어도 우리에게는 최종의 물이 남아 있다. 눈물이라는 자원이다. 어머니의 눈물, 영하 50도의 황제펭귄 같은 아버지의 눈물, 누군가가 날 위해 흘린 사랑과 우애의 눈물이다. 그런 물을 받는 물독대가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하늘에는 비가 내려야 아름다운 무지개가 뜬다고 했지만 인간의 마음에는 눈물이 흘러야 영혼의 무지개가 뜬다(p.129)

인간이 생산해 내는 삼대 액체는 땀, 피, 눈물이라고 한다' 그 중 눈물은 과학적이나 문학적으로 봐도 생명 그 자체라고 하니 눈물에 '물'자는 시와 과학과 철학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물은 생명이다.

​​'땅이 아니다.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가지와 이파리들의 기적. 거기 무엇이 있었기에 그처럼 작은 사과 씨 하나가 텅 빈 허공을 향해 올라갔는가. 만약 그가 시인이었다면 태양처럼 둥글게 익어가는 생명의 법칙, 그 많은 겨울과 바람을 이겨낸 깃털의 가벼움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것이다.'사과가 그 높이에까지 오르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땅으로 떨어질 수 있었겠는가.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설명할 수 있어도 높은 가지에 올라가 익어가는 사과의 생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답하지 못한다.보아라. 같은 과학자라고 해도 아르키메데스가 발견한 것은 중력이 아니라 부력의 원리였다. 가라앉는 힘이 아니라 뜨는 힘이다. 무거워서 떨어지는 사과가 아니다. 무거운 것을 가볍게 떠올리는 목욕탕 물. 쇳덩어리의 배도 뜨게 하는 부력의 마법이다. 그 감동이 얼마나 컸으면 옷 입는 것도 잊고 발가벗고 소리쳤을까. 에우레카 에우레카. 그날 시라쿠사의 나무들은 웅성거렸고 백주의 태양 빛은 술에 취해 있었다. (p.264)

​'중력과 은총, 두개의 힘​'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무거운 것을 가볍게 떠올리는 아르키메데스의 부력원리에 귀 기울인다. 작은 사과 씨 하나가 싹의 틔우고 가지와 이파리를 밀어 올리는 기적, 높은 가지에 올라가 익어가는 사과의 생명에 대한 설명은 시적이다. 뉴턴의 떨어지는 사과법칙보다 일본의 떨어지지 않는 사과 얘기도 인상 깊다. 태풍으로 떨어진 90%의 사과보다 떨어지지 않는 10%의 사과를 떨어지지 않는 인간에 비유해 10배의 비싼 가격에도 수험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는 얘기다. 책은 인문, 과학, 정치, 경제를 통합해 보여주며 그만의 독특한 해석에서 감성과 지성의 조화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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