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변함없는 눈물 서정
시인의 변함없는 눈물 서정
  • 장맹순 기자
  • 승인 2014.04.12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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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

“그의 가난은 '나는 왜 가난 한가’를 묻고 있지 않고, 이 가난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떤 내용으로 존재하는가를 묻는 가난이다. 그는 다만 살아 있다는 원초적 조건 속에서 돋아나오는 희망과 기쁨을 말한다. 나는 이런 대목에 도달한 그의 산문 문장들을 귀하게 여긴다.”

[북데일리] 새롭게 펴낸 함 민복 시인의 산문집 <눈물은 왜 짠 가> (책이 있는 풍경. 2014) 을 보고 소설가 김훈이 한 말이다. 가난하지만 한 눈 팔지 않고 오롯이 시만 써 온 시인에게 보내는 찬사다.

 ​책은 2003년 절판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 받아온 산문집을 출판사 <책이 있는 풍경> 에서 다시 복원했다. 책에는 <눈물은 왜 짠 가>, <소젖 짜는 기계 만드는 공장에서> 와 함 시인이 가려 뽑은 <들국화 부케>, <눈은 생명의 단추다>, <어설퍼서 아름다운 춤> 등 새로운 산문을 더했다. 책에는 시인이 강화도에 살면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내가 헤어지기 섭섭하다며 메리야스를 건네자 공장장은 미리 준비한 선물을 내게 건넸다. “이 기사하고 같이 만년필하고 연필을 샀어. 좋은 시 많이 써.”나는 공장장과 이 기사와 공장 건물을 뒤돌아보며 무거운 발길을 옮겼다. ‘좋은 시는 당신들이 내 가슴에 이미 다 써 놓았잖아요. 시인이야 종이에 시를 써 시집을 엮지만, 당신들은 시인의 가슴에 시를 쓰니 진정 시인은 당신들이 아닌가요. 당신들이 만든 착유기가 깨끗한 소젖을 짜 세상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 거예요. <소젖 짜는 시계 만드는 공장에서."p.62>

​ 시인은 한 달 간 공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쇠를 깎고 갈아내는 힘든 생활 속에서 동고동락하며 정을 나눈 사람들과의 마지막 이별 장면이다. 떠나가는 시인이나 떠나보내는 공장 사람들이나 애틋하고 짠하다. 새로 실은 산문에서도 시인은 한결 같다.  

 ​​"폐백은 다람쥐나 청설모가 맡고, 경비에는 엄나무, 경호에는 화살나무, 식수 담당은 물에 대한 아픔이 있는 고로쇠나무가 하고, 술 담당은 절대 자작나무 시키지 말고 소태나무한테 일임하고, 바텐더는 잔대가 맡고, 음악은 국악으로 가서 꽹과리는 치자나무, 피리는 버드나무, 북은 북나무, 스피커는 꽝꽝 나무, 노래는 오소리가 제격. 사회는 주목나무가 좋겠고, 식권 담당 이팝나무, 축의금 접수는 은행나무, 화촉은 산초나무, 화장실 안내는 뽕나무 쥐똥나무 다 사양하고 싸리나무로 가라. 신부 화장은 분 나무, 조명은 반딧불, 박수는 손바닥 붉을 때까지 단풍나무 주례는 누가 맡으면 될까 고심해도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들국과 부케.p.228>

 시인은 산속 집에서 조촐하게 치러지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나이 들어 하는 친구의 결혼식이 행여 초라할까봐 산속 하객들을 불러 세우는 시인의 마음 씀씀이가 보인다. 땅과 자연의 소중함을 몸소 깨닫고 사는 시인의 따듯함이 와 닿는다. 새로 펴낸 이 책에서 시인은 가난은 남루했지만 감히 배불렀다고 한다. 결핍이 시를 쓰게 했고 버티게 했으며 그와 함께 한 사람들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책에서 우리는 시인의 질곡 된 삶을 만나게 되고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장맹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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