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는 알집을 꽁지에 매달고, 새끼들이 다 클 때까지 몸에 지니고 다닌다. 어떤 바퀴벌레는 아예 알집을 몸속에서 키운다. 그리고 알이 부화되면 새끼로 낳는다. 이쯤 되면 포유류 수준이다.
바퀴벌레의 놀라운 번식력 뒤에는 이처럼 어미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새끼를 철두철미하게 보호한 결과, 전 세계에 그 종을 ‘무사히’ 퍼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조류는 거의 모두 훌륭한 어미다. 잠시도 못 쉬고 하루에 몇 천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
타조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 새끼를 몰고 다니다가 다른 암컷을 만나면 싸움을 한다. 이긴 암컷이 남의 새끼까지 다 가져간다. 수가 많을수록 새끼가 포식동물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기 살을 먹여 자식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염낭거미가 그 주인공. 나뭇잎을 주머니처럼 말아서 그 안에 들어가 새끼를 키운다. 꽁꽁 봉한 관계로 외부에서 오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다만 식량을 구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어미가 생각해낸 대안 먹이가 바로 자신의 몸이다.
자식사랑이 지나쳐 잔인한 행위를 서슴치 않는 부모도 있다. 기생말벌은 곤충이나 거미를 잡아서 그 안에 알을 낳는다. 그런데 이들을 완전히 죽이지 않고 독침으로 신경만 마비시킨다. 이런 식으로 해서 말벌 새끼들은 살아있는 싱싱한 생고기를 먹고 자라게 된다. 생물학자 다윈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동물이 기생말벌”이라고 기술한 이유다.
이상은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궁리. 2007)에 실린 내용들이다. 책은 저자가 ‘EBS 세상보기’라는 방송에서 2000년 3월부터 9월까지 강의한 내용을 정리해 만들었다. 동물행동학 강의를 TV에서 6개월 동안 방영한 일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다고 한다.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동물의 행태를 낱낱이 살펴본다. 예를 들어, 신혼부부에게 ‘금실 좋게 지내라’는 의미로 선물하는 원앙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새가 아니다. 원앙 수컷은 아내와 함께 다니다가 다른 암컷을 보면 바로 겁탈을 한다.
오리 종류의 새 대부분이 다 그렇다. 우리가 일부일처제를 하고 있다고 믿었던 많은 새들이 사실을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최재천은 “인간이 동물의 세계를 이기적인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강조한다. 책에 실린 동물은 구경거리, 포획의 대상,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귀한 생명체다.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은 동물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환경 친화적인 태도를 심어주도록 애쓴다. 공존의 의미에 대한 깨우침, 이 책이 지닌 최대의 미덕이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