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읊어주고 싶은 시
연인에게 읊어주고 싶은 시
  • 토란꽃
  • 승인 2014.03.0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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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마음속에 피어서 지지 않는 불꽃

[북데일리] 사랑 앞에서 인간은 한 없이 작아지고 누추해지지만 턱없이 높아지고 그윽해지고 깊어지고 향기로워지기도 한다. 사랑이여, 생명의 매직이여, 살아있는 자의 특권이여. 마음속에 피어서 지지 않는 불꽃이여. - 책머리에서

풀꽃에게도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나태주 시인의 시집 <사랑, 거짓말>(푸른길. 2013)은 사랑에 설레고, 행복해 하고 아파하면서도 여전히 사랑하며 사는 사랑 시집이다. 때로는 봄빛처럼 따스하고, 때로는 가을비에 스러지는 낙엽처럼 애잔하고 소리없이 외쳐 부르는 사랑 이야기이다.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마음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히 중얼거린 소리/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두었다가/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놀러온 산새에게 들려주고/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알려준 나의 말/여름 한 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 소리도 입을 다물고/다만 산수유꽃 진 자리 산수유 열매들만/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산수유꽃 진 자리',49쪽).전문

사랑을 하게 되면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나보다. '나'는 산수유꽃 옆에 와 말한다. 그 기운이 메아리처럼 번져 세상 만물에게까지 미친다. 계절이 지나가고 산수유꽃 진 자리마다 맺힌 붉은 열매가 사랑의 결실같아 절절하다. 사랑이란 가장 따듯하게 이어지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

당신도 쉽사리 건져주지 못한 슬픔이라면/해질녁 바닷가에 나와 서 있겠습니다./금방 등 돌리며 이별하는 햇볕들을 만나기 위하여/그 햇볕들과 두 번째의 이별을 갖기 위하여//눈 한 번 감았다 뜰 때마다/한 겹씩 옷을 벗고 나서는 구름,/멀리 웃고만 계신 당신 모습이랄까/손 안 닿을 만큼 멀리 빛나는 슬픔의 높이//아무의 뜨락에도 들어서 보지 못하고 /아무의 들판에서 쉬지도 못하고/기웃기웃 여기 다다랐습니다./고개 들어 우러르면, 당신의 이마//호오, 유리창 위에 입김 모으고/그 사람 이름 썼다 이내 지우는/ 황홀하고도 슬픈 어리석음이여,/혹시 누구 알 이 있을까 몰라......('가을서한',191쪽).전문

사랑에 대한 절절함이 묻어나는 시다. 사랑하는 이에게 읊어 주고도 싶다. 이처럼 시인의 시에는 사랑, 슬픔, 희망, 시련, 행복이 녹아 인생을 그린다. 가슴에 온전히 간직하고픈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기까지 한 시편들을 모은 것이다. 시인이 전하는 희망찬 사랑의 메시지를 받아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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