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없는 연구 `과학혁명`의 시작
편견없는 연구 `과학혁명`의 시작
  • 북데일리
  • 승인 2007.03.05 0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현대 과학은 많은 부분으로 갈라졌으며, 다루는 내용 또한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워졌다. 15세기의 지식인들은 문학, 음악을 하면서도 과학지식을 다루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지지만, 현대에 와서 전문화된 과학은 인문학과는 전혀 별개의 영역으로 취급된다.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언어(수학)를 습득해야 한다. 또한 과학자들 역시 자신이 속해있는 분야 이외의 지적 탐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 책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도서출판 소소,2006년)의 원제는 [The New Humanists Science At The Edge] 이며, 각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갖고 있는 22명의 과학자들의 글을 엮어 놓았다. 그러니까 현시점에서 과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이슈들 대부분이 이 책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겠다. 물론 여기에 담긴 각각의 짧은 글만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을 모두 얻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겠지만, 그 분야를 선택한 이유와 연구에 있어서의 어려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대략적인 감은 얻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22편의 글을 주제를 정해서 분류하는 작업은 웬만한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는 어려울 것인데, 국제 도서 저작권 에이전시이자 웹사이트 포럼인 (www.edge.org)의 편집자 겸 발행인인 존 브록만은 어려운 작업을 해냈다. 브록만은 <앞으로 50년>, <우리는 어떻게 과학자가 되었는가> 와 같은 책을 편찬해 왔는데, 이를 통해 미래에는 지식 세계 전체에서 과학의 비중이 점점 커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 근본적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테면 물리계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이해, 혹은 우리의 기본 전제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고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사고 같은 것들이 그렇다. 마음에 대한 실재적인 생물학, 물리학, 정보기술, 유전학, 신경생물학, 공학, 재료화학에서의 발전 같은 것들이 우리가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 인간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들에 도전하고 있다.”라는 언급을 통해 지적 활동의 중심에 있는 과학자들의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은 22편의 글을 주제에 따라 3가지로 나누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 “기계 인간”, “진화하는 우주들” 로 구분하고 있는데, 하나의 주제를 위해 다른 분야 과학자들의 글을 엮는 브록만의 솜씨는 놀랍다. 첫 번째 주제인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에 대해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데 기존방식의 본성과 양육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50%씩 나눠서 진화심리학과 행동학 양쪽을 만족시키는 안일함을 비판한다.

아이의 지능과 개성은 부모를 통한 유전적인 요인과 양육방식이라는 환경적 요인 외에 보다 중요한 또래 집단을 통한 사회화 과정과 자궁 속에서 뇌회로가 형성될 때의 사소한 변화 같은 우연성이 커다란 역할을 한다고 추측한다. 그러니까 유전과 환경을 동일하게 한다고 해도 똑같은 개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 핑커의 주장이다. 또한 진화생물학자 헬레나 크로닌은 “......이렇듯 위축된 태도는 ‘같음’이 없이는 ‘공평함’도 없다는 막연한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페미니즘 학파들은 남자와 여자가 어떤 식으로든 근본적으로 다르다면, 그로 인해 공평하고 평등한 사회에 대한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집착해 왔다. 애초에 페미니즘에 영감을 불어넣었던 것은 여성이라는 사실이 문제되지 않을 곳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화에 의한 남녀 간의 차이를 부인한다면 이 애초의 영감은 심각하게 왜곡되고 만다...... 이제 상황은 대학과 직장과 정치와 스포츠와 아기 돌보기 등 모든 곳에서 남성과 여성이 50대 50으로 등장하기를 기대하는 지점에까지 이르렀다. 만일 여성이 동등하게 등장하지 않으면 그것은 곧 성차별을 뜻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라는 글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민감하게 다루어지는 남녀의 성차별 문제를 과감하게 다루고 있다.

크로닌에 의하면, 남자와 여자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적응해 왔으며, 남자는 3차원 공간에서의 회전능력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지가 강하고 여자는 감성적인 부분 특히 언어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면서 페미니즘의 극단적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능력이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순응적으로 길들여왔으며, 직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에 의해 차단 받아 왔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이 개선된다면 모든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은 동등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얼마나 근거가 있을까? 남녀 문제에 있어서 100M 달리기와 같은 육체적 능력보다 지능과 같은 정신적 능력이 보다 중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남자와 여자가 다른 종(種)이 아니라면 조건이 같을 때 기억력, 창의력, 수학과 같은 추상적 영역에서의 능력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걸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이 문제는 앞으로 진화심리학자와 사회학적 측면에서 검증이 필요한 문제다.

두 번째 주제인 인간의 기계화를 다룬 인공지능 분야에서 철학자 다니엘 C. 데닛은 “당신은 매체보다는 추출물 자체에 더 관심이 있다. 당신은 그런 소프트웨어를 어디에서 얻는가? 가게에 가서 진짜 CD를 사다가 컴퓨터에 넣었는가? 아니면 그냥 웹에서 ‘내려받기’를 한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똑같은 소프트웨어다. 어느 쪽을 선택했는지는 정말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라는 글을 통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즉, 우리의 육체를 하드웨어로, 마음을 알고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라고 가정한다면, 그래서 어느 시점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그것이 우리의 육체에 들어있던 컴퓨터 속에 들어가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이러한 사이버네틱 전체주의적 주장에 대해 컴퓨터과학자 제이런 러이너는 “그(다니엘 데닛)는 인간이란 단지 특수하게 만들어진 컴퓨터일 뿐이며, 인간과 컴퓨터 사이에 근본적인 존재론적 구분을 하는 것은 감상적인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은 자신의 삶을 경험하지 않는가? 경험이란 당신이 컴퓨터에서 측정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무엇이 아닌가?’...... 이런 생각은 나의 논쟁 상대 중에는 혹시 정말로 내면의 경험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공공연하게 궁금해지는 지경으로까지 나를 이끌었다.” 라는 글을 통해 인공지능 주의자들의 정신에 대한 간결함과 미래에 대한 급진적이며 근거없는 낙관론적 사고방식을 비판한다.

세 번째 주제는 사실상 우리의 일상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 137억년이라는 시간과 끝을 알 수 없는 공간적 크기는 우주론 분야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분야에는 우주의 탄생과 죽음이 반복된다는 순환론을 주장하는 폴 슈타인하르트 교수와 우리의 우주는 수많은 브레인 중의 하나이며 초끈 이론에서 예견하고 있는 여분의 차원이 생각보다 훨씬 커서 입자가속기를 통해 그 실체를 규명할 수 있다는 리자 랜들 교수 같은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과학자들이 많다.

또한 이론물리학자 리 스몰린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는 만물의 이론이 자신이 연구하는 “루프양자중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만물의 이론의 또 다른 후보인 “초끈이론”과는 달리 불필요한 여분의 차원이 필요 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설정하지 않고도 이론을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스몰린은 “배경에 종속적인 이론과 배경에 독립적인 이론의 주창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은 사실 고대의 논쟁이 현대적 버전으로 재현된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중력에 관한 양자이론이 배경에서 독립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할 때, 그것은 곧 우리가 상대론 관점을 대변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이 최종 승리자이며 그것은 뒤집히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라는 글을 통해 최종 승자가 “루프양자중력” 이 될 거라고 자신한다.

이 책에 포함되어 있는 22편의 과학자들의 글을 통해 존 브록만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그것은 현재 과학이 지식세계에서 변방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과학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유리벽에 감싸여 있고, 현실 세계에서 소외되어 간다는 걱정 어린 언급을 하고 있다. 당면한 문제들, 유전자조작식품, 식품첨가물, 농약 사용,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즉, 과학을 예술과 문학을 다루듯이 접근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사회적 논란으로 다루지 못하는 문제들, 이를테면 대륙별로 나타나는 문화와 기술발전에 있어서의 불평등, 인종간 우수성에 대한 논란, 남녀 간의 성차별 문제, 폭력적인 성향을 지닌 유전자의 윤리적 문제, 인간보다 우수한 인공생명의 등장으로 인한 존재론적 위협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편견 없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래서 실제로 범죄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해도, 인종이나 성별에 우수성의 차이가 밝혀진다고 해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자고 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운명은 유전자에 새겨져 있지 않으며, 진화를 통해 만들어낸 문명은 불완전한 인간을 치유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브록만은 수십 년 안에 22명의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논쟁적이며 혁명적인 지적 풍경이 현실로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