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불 지핀 책사냥꾼
르네상스 불 지핀 책사냥꾼
  • 한지태 기자
  • 승인 2014.01.26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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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사상 담은 책 발견한 인물 추적

[북데일리] <강추> 14세기에 시작된 르네상스를 여는 주역 중 하나는 보통 페트라르카다. 그는 고대의 걸작을 찾아내 알림으로써 명성을 얻었다. 르네상스는 말 그대로 옛 그리스·로마 문화의 ‘재생’이다. 이런 움직임은 고전의 재발견으로 시작되었다. 페트라르카의 성공은 수세기 동안 잃어버린 고전을 찾아내도록 부추겼다. 바로 책 사냥이었다.

<1417년, 근대의 탄생>(까치. 2013)은 시대의 책 사냥꾼 ‘포조 브라촐리니’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그는 1417년 겨울, 남부 독일의 한 수도원의 서가에서 옛 필사본 하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이 책이 르네상스와 그 이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위험한 책이었다. 그 책은 바로 고대 로마의 시인 루크레티우스의 철학 서사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다. 이 책이 왜 문제작인가.

이 시의 배경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원자론이다. 데모크리투스로 시작된 원자론은 이 세상이 원자로 되어 있다는, 당시로서는 급진적 사상이다. 루크레티우스의 시에도 그런 불온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즉 ‘우주는 신의 도움 없이도 움직이고, 사후세계에 경험하게 된다는 종교적 공포는 인간생활의 적이며, 쾌락과 미덕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뒤엉켜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발견이 기독교의 교리에 의해서 인간의 사상과 자유가 속박 당했던, 그리고 교회와 봉건적 지배에 의해서 인민이 착취당했던 암흑의 중세를 마감하고 르네상스를 태동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책은 뛰어난 필사가이자 인문학자인 포조가 숨은 고전을 찾는 과정을 추적한 논픽션이다. 저자는 셰익스피어 연구의 권위자인 그린블랫이다. 그는 기원전 4세기의 에피쿠로스와 기원전 1세기의 루크레티우스, 그리고 15세기의 포조 브라촐리니의 불가사의한 만남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르네상스의 태동과 전개를 역동적인 필력을 인정받아 퓰리처 상 논픽션 부문, 전미국도서상 논픽션 부문의 상을 받았다.

이 책은 막연했던 르네상스의 베일을 벗긴 책이다. 동시에 에피쿠로스의 사상 그리고 루크레티우스의 철학에 대한 재발견이다. 책에는 왜 그 내용들이 위험한가에 대해 담겨있다. 지금은 일부 종교계를 제외하고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과학적 진실이 당시엔 혁명이었다.

루크레티우스의 시가 동 시대 및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놀랍다. 책에 따르면 먼저 예술에 스며들어 보티첼리와 다 빈치에게 영감을 주었다. 몽테뉴도 이 시에 심취했고 마키아벨리는 이 시를 직접 필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갈릴레오, 프로이트, 다윈, 아인슈타인에게 큰 영향력을 미쳤는 것이다. 

세상은 더 이상 분할될 수 없는 원자로 되어 있다. 세상은 원자가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영속적으로 서로 충돌하고 결합하여 일탈한 결과다. 그런데 그 일탈은 바로 자유의지의 원천이다. 바로 이 점으로 인해 원자론은 중세 천 년 동안 봉인되었다. 그런데 바로 한 명의 책 사냥꾼에 의해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과정이 소설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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