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미국으로 간 솔길이를 기다리는 화정의 설렘으로 시작한다. 3년 만에 만나는 솔길이는 얼마나 변했을까. 미국에서는 어떻게 지냈을까. 어린 시절 나눠 가진 장미 인형과 어린 왕자 인형을 떠올린다. 화정이는 모든 게 궁금하기만 하다. 하지만 정작 화정 앞에 나타난 솔길이는 덤덤할 뿐이다. 어린 왕자 인형을 물었더니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솔길이는 화정이가 아닌 다른 친구와 함께 다닌다.
‘솔길이는 변했다. 아직도 나는 그대로인데.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내개는 솔길이뿐이다. 누구도 솔길이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내 마음을 여는 열쇠는 영원히 하나다. 그걸 솔길이가 가졌다. 하지만 오솔길은 달랐다. 그 애 마음은 비밀번호만 알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디지털식으로 바뀌었다. 내가 가졌던 열쇠는 이제 쓰레기다.’ (37, 38쪽)
솔길만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화정이의 마음은 솔길이는 알지 못하는 걸까. 그러다 화정이는 솔길이가 미국에서 적응하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빠를 그리워하고 한국에서도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솔길이는 혼자서 아빠를 찾아 시골로 떠난다. 시골에서 밝게 웃는 솔길이는 화정이에게 어린 왕자 인형을 내민다. 잃어버린 게 아니라 아빠의 집에 있었던 것이다. 솔길이와 화정이는 매일 만날 수 없지만 둘 사이의 우정은 변함 없다는 걸 확인한다.
동성 친구를 좋아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몸과 마음이 성장하며 겪는 변화를 예쁘게 담았다. 나를 알아주는 진짜 친구와의 우정을 만드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준다. 친구 문제로 힘들어 하는 아이,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 아주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