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맛으로 기억될 청소년 시절
매운 맛으로 기억될 청소년 시절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10.28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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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사계절문학대상 대상 『더 빨강』

[북데일리] 제11회 사계절문학대상 대상 <더 빨강>(2013. 사계절)은 사고로 일곱 살 지능이 된 아버지와 살아가는 열여덟 동이의 이야기다.

 동이는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자 닭집을 운영하는 엄마와 취업 준비로 항상 화가 나 있는 형을 대신해 돌봐야 한다. 자신을 작은 형이라 부르며 사고를 치는 동생 같은 아버지를 씻기고 먹이는 일은 동이의 몫이다.

 소설은 심각한 학교 폭력나 왕따, 입시 위주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청소년의 마음을 스트레스를 야동을 보는 것으로 해결하는 동이와 집착에 가깝게 매운 맛을 좋아하는 소녀 미령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동이는 친구를 통해 미령이 운영하게 카페 ‘더 빨강’에 가입한다. 매운 걸 잘 먹지도 못하면서 미령과 친해지고 싶어 정모에 나간다. 아이들은 모두 매운 음식을 신나게 먹는다. 하지만 동이는 그런 분위기가 낯설기만 하다.

 “매운 걸 좋아하는 데는 저마다 이유가 있을 거야. 어떤 사람은 그냥 좋아서 먹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욕구 불만일 때 먹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삶이 재미없고 시시하게 느껴질 때 매운 걸 먹고 정신이 번쩍 들 수도 있고.” 43쪽

 동이와 미령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버지를 돌보는 일과 재건축 보상금을 주식 투자로 날리고 빚을 남기고 사라진 형을 이해할 수 없다. 미령은 어린 시절 유괴 당했던 상처가 있다. 거기다 맛 카페가 자살 카페라는 소문이 돌아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동이는 달라진 아버지를 통해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가족에 대해 미령에게 이야기한다.

 동이는 자살여행이라고 알려진 ‘더 빨강’ 의 여행에 합류한다. 미령과 친구들은 각자 준비해 온 재료로 요리하고 먹을 준비를 한다. 긴장한 동이는 먹지 말라고 살아야 한다고 소리친다. 미령은 단순하게 매운 맛 대결을 위한 여행이라는 걸 확인시킨 후 동이에게 유괴 이야기를 한다. 자신을 향한 시선 때문에 외로웠던 시간과 매운 걸 좋아하게 된 이유를 말한다.

 미령은 통증처럼 밀려오는 매운 맛을 통해 살아 있다는 걸 느꼈던 거다. 저마다의 이유로 매운 걸 좋아하지만 살아 있기 위해서 매운 걸 먹는 건 같았다. 그래,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평생 일곱 살로 사는 아버지, 갚아야 할 빚으로 고생해야 할 엄마,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형이지만 가족이고 살아 있으니 괜찮다.

 ‘우리가 느끼는 맛에는 매운맛만 있는 게 아니다. 쓴맛도 있고 신맛도 있고 떫은 맛, 단맛, 짠맛도 있다. 우리가 표현하지 못하는 맛들도 있다. 시큼털털한 맛이라든가, 달콤짭짜름한 맛, 매콤씁쓰레한 맛. 삶은 여러 가지 맛의 변형이다.’ 205~206쪽

 사는 동안, 동이가 맛보게 될 맛은 무한할 것이다. 그 맛을 다 맛보는 게 삶일 것이다. 빨강으로 기억될 열여덟을 지나 다양한 색으로 마주할 수많은 청소년의 인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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