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운 아빠, 루게릭병 투혼 `발가락의 힘`
꽃보다 아름다운 아빠, 루게릭병 투혼 `발가락의 힘`
  • 북데일리
  • 승인 2005.05.2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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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여름 손가락 하나로 박사논문을 완성해 인간승리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이원규(44)씨. 난치병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병)으로 투병생활을 하면서 `한국시`를 연구, 성균관대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수여식에는 중앙일간지는 물론 방송3사와 YTN까지 취재경쟁에 열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99년 발병사실을 알고도 학구열을 불태우며 병마와 싸워왔던 이씨는 2003년말부터 전신마비 증세를 보여 오른손 둘째와 셋째 손가락만으로 컴퓨터를 다루어가며 연구 작업과 논문작성을 했고 결국 손가락 하나밖에 움직일 수 없었지만 책한권 분량의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하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다.

휠체어에 의지해 부축을 해줘야 겨우 걸을 수 있고 혼자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이씨의 손과 발이 되준 사람은 바로 서울 동명초등학교 교사인 부인 이희엽(42)씨. 지난 89년 중매로 백년가약을 맺은 부인은 무엇보다 좌절하지 않고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남편이 자랑스럽단다.

중학교 2학년 진우와 초등학교 6학년 진성, 두 아들 역시 "아버지가 편찮으신 몸으로 가족과 함께 국내는 물론 중국과 동남아, 북미주를 여행하며 용기를 북돋워 주셨다"며 `문학박사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발병 이후 하루도 잊지 않고 `불치병은 없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이씨는 초빙연구원 및 자원봉사단원으로 구성돼 지난 2003년12월7일 정식 출범한 전문 민간기관인 `한국 루게릭병 연구소` 소장을 맡아오면서 루게릭병에 대한 새로운 의학정보와 치료방법 개발에 대한 정보 등을 공유하고 국내 1,300여 환자들의 투병생활과 가족들이 겪는 간병생활의 고통을 함께 나누어 왔다.

이렇듯 루게릭병은 자신의 의지뿐 아니라 가족의 애정과 보살핌이 병세 악화를 막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지난해 KBS1 효실천 시사교양프로 `카네이션 기행`에 소개된 원미네 가족도 아버지를 간호해 오면서 끈끈한 가족애를 가꾸어 왔다.

현재 경북 영양여고 2학년에 재학중인 신원미(17) 양 역시 8년 동안 루게릭병과 싸우는 아버지를 간호해 왔다. 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 신현우(45)씨가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을 당시는 IMF시절이었고 직장에서 대기발령을 받은 상태였지만 원미 양은 아버지를 보살피며 `그 큰 아버지의 존재`를 다시금 깨달았다.

이원규씨가 손가락 하나로 박사논문을 썼다면 신현우씨는 오로지 움직일 수 있는 발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며 유일한 취미인 컴퓨터 바둑을 둔다. 비록 발가락 움직임 하나하나가 약하고 미미해 보일지라도 원미네 식구에게는 바로 `곁에만 있어도 큰 힘이 되는 아버지`를 느끼는 순간이다. 말을 못하게 된 아버지지만 원미 양은 `서로 눈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듣는 사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미소짓는다.

원미 양은 지난해 가천재단에서 주최하는 제6회 심청효행상 대상을 받았고 학교에서는 우등생으로 과학경시대회, 영어연극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슈퍼 심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에는 원미 양과 아버지, 그리고 엄마, 남동생의 화목한 가정이야기를 다룬 책 `아빠는 꽃보다 아름답다`(명진출판)가 출간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사진설명:2004년 12월 21일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신원미 양에게 효행 표창과 함께 격려금 100만원을 전달했다.>[TV리포트 노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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