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글쓰기 훈련] 코너는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매일 하는 글쓰기 연습장입니다. 오늘은 달에 대한 참신한 표현입니다.
<713> 검은 달
우리는 보통 보름달이 '두둥실 떴다‘라고 말한다. 그림에 눈썹 같은 달을 ’그려넣었다’라고 쓴다. 달이 구름사이로 ’나타났다‘라는 문장에 익숙하다. 달은 질감이 있어서 하늘을 배경으로 늘 덧칠되고 양각되는 사물이다. 그런데 이 표현은 어떤가.
‘하늘에 구름이 깔리고, 동그란 구멍이 떠오른다. 그래, 오늘은 보름달이지. 하늘을 도려낸 듯 뚜렷이 원을 그린 구멍.’
구멍이 떠오른다? 이 달은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리는 대신, 하늘이란 흰 종이를 동그랗게 오려 만들었다. 이제 달은 더 이상 달이 아니다. 검은 구멍이다. 하늘에 뚫린 우물이다. 지상의 블랙홀이다. 달은 빛을 베푸는 선의 얼굴에서 어둠을 빨아들이는 악의 얼굴로 변모했다. 달에 대한 고정관념이 뻥 뚫었다. 기발한 발상 아닌가. -인용한 글은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에 나옵니다.
-임정섭 <글쓰기훈련소> 소장. 네이버 카페 '글쓰기훈련소'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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