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이은영 “정치인생 모델은 측천무후”
국회의원 이은영 “정치인생 모델은 측천무후”
  • 북데일리
  • 승인 2007.03.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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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정책과 정보들을 검토하다가도 쉴 때가 되면 제 손은 어김없이 소설책을 잡고 있어요. 제게 책은 휴식의 시간이자 공간입니다.”

[북데일리] 열린우리당 이은영(55) 위원의 말이다. 바쁜 의정활동 중에서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는 그녀는 늘 가방 속에 책을 넣고 다닌다. 읽을 시간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책이 품에 없으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이 위원과 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책 사랑은 오래 전에 시작됐다. 독서광의 자질을 드러낸 어린 시절 일화 한 가지.

한글을 막 깨우친 꼬마 이은영에게 어머니가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읽어 주었다. 주인공이 꽁꽁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성냥을 켜는 장면에서 아이를 힐끗 쳐다보았더니 눈물이 얼룩져 있었다. 어머니는 어린아이가 동정심을 느낄 수 있을까 의심을 품었다.

그래서 다음 날 또 한 번 들려주면서 표정을 은밀히 살폈다. 같은 대목에서 아이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것을 보고 어제 일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풍부한 감수성을 대견하게 여겼지만, 아이가 책만 파고들자 이내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그래도 이은영은 멈추지 않았다. 감동 깊은 동화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버릴 정도로 반복해서 읽었다.

고등학교 시절엔 외국문학을 탐독했다. 특히 독일작품을 많이 접하면서 그곳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게 됐다. 결국 대학 졸업 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책을 통해 진로를 결정하고, 이를 현실로 실현해낸 것.

“독일 유학을 다녀온 후 교수직을 맡고, 이어 정치인의 삶을 택한 것도 모두 책을 통해서 결정한 겁니다.”

정치인생의 모델 역시 책에서 찾았다. 이 위원이 독자에게 권한 <측천무후>(페이퍼로드. 2006)는 그녀 자신에게도 의미가 큰 작품. 정치인으로서 공적인 삶을 어떻게 유지시켜나갈 것인가, 배울 수 있었다.

“측천무후는 독재자로 악평이 나 있는 인물이죠. 책은 여성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그녀가 갖고 있는 갈등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을 동시에 살아가죠. 양쪽 생활 모두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고요. 정치인으로서 그녀가 살아간 방식에서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한 구절 한 구절 읽어 내려가다 마음이 동하면 즉시 메모를 했다. 책에서 얻어낸 정보와 생각을 철저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 <측천무후> 뿐 아니라 모든 책에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독서습관이다.

저자 중에는 한나 아렌트를 좋아한다. 이 위언은 그녀를 하이데거를 능가하는 철학자라고 평했다.

“한나 아렌트는 한 때 하이데거의 애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나치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에 환멸은 느끼고 떠났죠. 그녀는 반나치를 주장하며 인종차별주의의 폐해를 설파했습니다.”

한나 아렌트의 동향은 인터넷으로 꾸준히 살피고 있다. 인터넷은 이 위원과 책을 연결해주는 창구. 새로운 작품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책을 향한 그칠지 모르는 욕심과 애정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이처럼 독서는 때로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물론, 대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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