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365 글쓰기 훈련] 코너는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매일 하는 글쓰기 연습장입니다. 오늘은 침묵에 대한 막스 피카르트의 글입니다. 태초에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말보다 더 앞선 '언어'는 침묵입니다. 고대 생물이 수억년을 살아 이 땅에 존재하듯, 침묵은 유구한 세월을 뛰어넘어 언어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침묵 앞에 지금 들리는 소음은 그야말로 작은 존재입니다. 이런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글입니다.
<694>침묵, 태고의 짐승
침묵은 하나의 원초적인 현상이다. 사랑, 믿음, 죽음, 생명과 마찬가지로 본래부터 존재한다. 그러나 침묵은 이미 이 모든 것들보다 앞서 존재했고 그 모두 속에 들어 있다. 침묵은 가장 먼저 태어난 것이다.
인간은 침묵을 통해서 시원적인 것들 곁에 있을 수 있다. 침묵은 현대 세계의 소음 속으로 뛰어나와 있다. 살아 있는 태고의 짐승처럼 침묵은 누워있다. 그 침묵의 넓은 등은 아직 보이기는 하지만, 몸 전체는 소음의 덤불 속에서 점점 깊이 가라앉고 있다. 그 태고의 짐승은 점점 자신의 침묵이란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오늘날의 모든 소음은 단지 그 태고의 짐승, 즉 침묵의 드넓은 등에 붙은 벌레들의 울음소리에 불과한 것 같다. -<침묵의 세계>(까치. 2010), 글쓰기 훈련을 위해 수정, 편집.
저작권자 © 화이트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