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못올 찰나의 아름다움
다시 못올 찰나의 아름다움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8.2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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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명문장] 정아은의 장편소설 <모던 하트> 중에서

 [북데일리] 모든 건 순간이다. 순간을 위해 인내하고 기다린다. 1년을 기다려야 다시 같은 자리에서 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찰나의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정아은은 장편소설 <모던 하트>에서 그 순간의 간절함을 이렇게 묘사한다.

 ‘진분홍 철쭉이 만개해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눈물처럼 맺힌 채 좀처럼 피어나지 못했던 꽃들이 하룻밤 사이에 활짝 피어나 화사한 미소를 보내왔다. 나는 멍하니 앉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번 봄은 참으로 더디게 왔다. 이제 오는가 싶으면 강추위가 닥쳤고, 이번엔 오겠지 싶으면 폭설이 내렸다. 힘들게 맺은 망울을 터뜨리지 못하고 올 듯 말 듯한 계절을 하염없이 기다렸을 식물들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졌다.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렸을까.

 지난한 과정을 견디고 피어났지만, 며칠 지나면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고 잊힐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찰나의 아름다움. 날벼락이 치고 폭설이 내려도 어김없이 봄은 오지만 지나가버린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 하여 내가 보고 있는 이 봄 풍경은 다시는 보지 못할 단 한순간의 풍경, 오직 나의 뇌만이 이 풍경을 기록하여 추억할 것이다.’ (268,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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