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진옥섭의 <노름마치>
‘춤추는 것과 오토바이 라이딩은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둘 다 폼을 만들어야 하지만 둘 다 폼보다는 동기가 우선이었다. 춤은 몸 속에 고인 음악이 빠져나오는 과정이었다. 그것을 일부러 동작화하면 판의 흐름이 깨어졌다. 오토바이의 라이딩 폼도 무사히 속도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필연으로 만들어졌다. 인위적으로 멋진 자세를 취하면 1초 후에라도 곧바로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 또한 오토바이도 생각의 군더더기를 소멸해야 가속되었다. 춤처럼 일체를 버려야 본질에 도달하는 것이다. 생각이 영零에 도달하면 시속 28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었다. 그 쾌속 속에서 가로수가 길 끝을 향해 일제히 휘감겨드는 소실점을 보았다.’ 250~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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