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머피의 법칙’이 탄생한 순간이다.
덕분에(?) 스탭과 니컬스, 머피는 1999년 엉뚱하고 기묘한 연구에 수여하는 ‘이그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그 노벨상’은 과학 유머 잡지 ‘황당무계 리서치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1991년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든 상이다.
머피의 법칙은 과학적인 법칙은 아니다. 다만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꼬이기만 할 때 흔히 이 말이 사용되면서 일반화됐을 뿐이다.
그런데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나선 이가 있다. 영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매슈스(사진)가 그 주인공. 그는 1995년 ‘유럽 물리학저널’에 ‘굴러 떨어지는 토스트, 머피의 법칙과 기본 상수’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토스트가 땅에 떨어질 때, 중력에 의한 회전력이 버터를 바른 면이 위로 올라오게 하기에는 부족하다. 때문에 바른 면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자연적인 경향을 갖는다.”
토스트를 떨어뜨려도 꼭 버터를 바른 면이 바닥에 닿았던 사람, 그래서 ‘머피의 법칙’을 떠올렸던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임을 일깨워준 것.
2001년엔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해냈다. 1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9천 8백회의 토스트 낙하 실험을 한 결과, 6천 1백회에 걸쳐 버터를 바른 면이 바닥을 향했다. 매슈스는 남다른 관찰력을 인정받아 1996년 ‘이그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상은 <과학지도 그리기>(지식나이테. 2007)에 실린 내용이다. 책은 과학사를 통틀어 핵심적인 175개 이론, 원리, 법칙을 담고 있다. 눈여겨볼 특징은 ‘시대순’으로 나열된 구성이다.
출판사측은 “과학의 개념이나 이론들은 어느 한순간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치 ‘진화’와도 같이 수천 년의 세월을 거치며 기존의 이름과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논박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립된다”고 설명한다.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구성 의도는 다음 이야기에서 더욱 명백하게 드러난다.
“맨 처음에 등장하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맨 마지막의 ‘통일장 이론’은 그 둘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성실히 읽어내는 독자라면 오늘날 과학계가 어떠한 우여곡절 끝에 통일장 이론의 연구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 로버트 매슈스의 개인 홈페이지 http://www.robertmatthews.org/)
[서희선 기자 samecord@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