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여행은 세상보는 새 프레임 줘"
박준 "여행은 세상보는 새 프레임 줘"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7.09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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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여행을 하는가' 강연 후기

“배낭을 꾸린다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이자 도전이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자신이 변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여행을 통해 세상은 내가 스스로 책임지고 살아야 하는 곳임을 배우게 된다.” (p311, <On the Road>중에서)

[북데일리] 작가이자 여행가인 박준이 고양시의 고품격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을 찾았다. 그는 지난 5일 사과나무치과 강의실에서 ‘나는 왜 여행을 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박준은 <방콕여행자>, <뉴욕, 뉴요커>, <책여행책> 등 다수의 책을 썼다. 특히 ‘배낭여행자들의 파라다이스’라는 방콕의 ‘카오산 로드’ 여행에 대한 책 <On the Road>(2006. 넥서스북스)는 다큐멘터리로 먼저 만들어졌고, 책을 통해 다큐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카오산 로드의 배낭 여행자들, 그들의 표정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그가 느끼기에 카오산은 ‘나른하면서도 뜨거운 이상한 거리’였다며, ‘뭐하는 사람들인데 6개월에서 1년씩 여행을 할 수 있나?’라는 의문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한다. 다큐와 책의 주인공들은 학교를 자퇴한 여고생, 제과점을 운영하던 50대 부부, 여행을 하기 전 마리화나나 피우며 무의미한 삶을 살았다는 독일남자 등 다양하다. 그들은 여행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일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저한테 소중한 건 없어요. (중략) 여행을 하다 보니 내가 좋아졌어요. 그리고 사는 게 전보다 조금 더 즐거워졌어요.” (윤지현, 32세)

“가족이나 친구처럼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으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게 훨씬 수월해져. 나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돼. (중략)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고 할까?” (키티 히터나흐, 24세, 벨기에)

“여행은 자유로워지길 바라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닐까? 얼마 동안만이라도 일이나 공부 등에서 벗어나 무엇이든지 시도해보고 내키는 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말이야. (중략) 여러 곳을 구경하고 다른 문화를 배운다는 차원을 떠나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는 것, 난 이것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아.” (캐렌 샤피르, 25세, 이스라엘)

또한 그는 캄보디아 여행 사진들을 보여주며 설명도 곁들였다. 열악한 주거환경에도 불구하고 늘 웃는 얼굴의 ‘벙뜸푼 수상마을’ 사람들, 낯선 사람을 오라하여 황톳물로 끓인 차를 대접하는 일가족, 신발이 없어 맨발로 축구 하는 아이들 등 힘든 상황에서도 강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순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이어,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공원에서 본 여성 행위예술가의 퍼포먼스를 통해서는 창조를, 미트 패킹 지역(도축장 육류 창고)에 최고급 클럽이 공존하는 것에서 파격의 정신을 느꼈다고 그는 말했다. 이와 함께, 24시간 나의 일정을 내가 선택해 짤 수 있는 배낭여행이나 자유여행에서는 두려운 순간도 있지만, 패키지여행에서는 느끼기 힘든 짜릿함과 해방감,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며 자유여행을 강력 추천했다.

특히, 그는 “다른 세상을 보는 게 즐겁다. 세상을 보는 또 다른 프레임을 갖고 싶다“며 자신이 여행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여행은 ”항상 불완전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삶과 다르지 않다“며, 여행은 바로 ”변화와 성숙한 삶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길 위에서 언제나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현재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한 회원은 “그에게서 나오는 기운과 느낌이 좋았고, 분위기가 솔직해서 더 좋았다”고 강연 소감을 밝혔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잠시 일상을 잊고 여행자가 되어 이곳 저곳을 다녀 온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평범한 일상에 지쳐 다시 부풀어 오를 여행의 유혹을 어찌 견뎌야 할지 걱정이다. 그의 책 <On the road>를 읽고 10만 명의 독자가 배낭을 싸들고 여행을 떠났다는데 필자도 그리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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