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하루 텔레비전을 안 보는 날을 정하고 아이들이 어떻게 그 하루를 보냈는지에 대한 2002년의 글은 무척 인상적이다. ‘텔레비전 안 보는 날’이란 제목의 아이의 솔직한 일기는 이렇다.
‘텔레비전을 안 보니 참 답답하고 보고 싶다. 오자마자 줄넘기하고 신문지 가져다 꾸기는 놀이도 하고 집에 와 물과 얼음도 먹어 보고 그 다음 음악 감상을 하고 방바닥도 쓸고 공부도 하고 밖에 나가 놀고 엄마 따라 미용실이 있는 곳에 내려가 보고 참 별일을 다 했다. 틈나면 슈퍼에 있는 텔레비전을 보고 싶어 다시 눈을 돌린다. 참 어렵다. 텔레비전을 안 보는 건 말이다.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한 번만 더 하면 답답해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다.’ (151쪽)
놀이의 중요성을 알지만 아이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란 어렵다. 지금이라면 휴대폰 사용 하지 않는 날로 해야 할 것이다. 과연 아이들은 이런 숙제를 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책엔 빼빼로데이를 없애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홍보 문구를 작성하고 만든 포스터를 벽에 붙이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이런 교육이야 말로 참 교육일 것이다.
2부 <글쓰기 하며 마음을 나누고>는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마음이다.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통해 속상한 마음을 풀어내고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선생님의 글이 함께 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을 대하는 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았으면 연구실에 쌓인 교과서를 주고,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준다. 숙제를 해 오지 않았으면 그 까닭을 묻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다음 날까지 해오라고 말한다. 컴퓨터가 없어서 숙제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은 학교 마친 뒤 남겨서 함께 숙제를 한다. 지각을 했다고 겁을 먹고 울면서 들어오는 아이에게는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지각한 이야기를 해 준다. 내가 늘 이렇게 행동하는 건 아니다. 화부터 낼 때가 많지만 되도록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224쪽)
이 책에 수록된 일기는 잘 쓴 글만 모아놓은 건 아니다. 솔직하고 진솔한 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일기란 하루의 일과를 기록하는 동시에 그 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든다.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즐겁게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을까 노력하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진짜 교육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