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명문장] 피천득 '맛은 얕고, 멋은 깊다.'
[글쓰기 명문장] 피천득 '맛은 얕고, 멋은 깊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6.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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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명문장] 피천득의 <인연> 중에서

 [북데일리] 사물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리는 일도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가령, 우산은 생김새로는 펼치면 버섯 같고, 접으면 이등변 삼각형 같기도 하다. 외부로부터 나를 감출 수도 있으니 거대한 모자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 이처럼 비유나 비교는 재미있는 글로 이어질 수 있다.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2007. 샘터)에서 이런 글을 따라 해도 좋을 것이다.

 ‘맛은 감각적이요, 멋은 정서적이다. 맛은 적극적이요, 멋은 은근하다. 맛은 생리를 필요로 하고, 멋은 교양을 필요로 한다. 맛은 정확성에 있고, 멋은 파격에 있다. 맛은 그때뿐이요, 멋은 여운이 있다. 맛은 얕고, 멋은 깊다.

 맛은 현실적이요, 멋은 이상적이다. 정욕 생활은 맛이요, 플라토닉 사랑은 멋이다. 그러나 맛과 멋은 반대어가 아니다. 사실 그 어원은 같을지도 모른다. 맛있는 것의 반대는 맛없는 것이고, 멋있는 것의 반대는 멋없는 것이지 멋과 맛이 반대되는 것은 아니다.

 맛과 멋은 리얼과 낭만과 같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맛만 있으면 그만인 사람도 있고, 맛이 없더라고 멋만 있으면 사는 사람이 있다. 맛은 몸소 체험을 해야 하지만, 멋은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맛에 지치기 쉬운 나는 멋을 위하여 살아간다.’ (72,73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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