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에서 먼 썰물 소리가...
옥수수밭에서 먼 썰물 소리가...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6.0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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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명문장]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중에서

 [북데일리] 계절의 변화를 가장 빨리 인식하는 건 식물을 통해서다. 목련, 개나리, 진달래 순으로 봄꽃이 진 자리에 싹을 틔운 식물이 자란다. 그것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김훈은 <내 젊은 날의 숲>(2010. 문학동네)에서 그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옥수수는 6월 하순부터 7월 초순 사이에, 크는 소리가 들리듯이 자란난다. 그때, 커져가는 잎은 힘을 주체하지 못해서 휘어지고 꺾인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 때, 옥수숫잎은 전신을 뒤틀면서 쓸리운다. 잎이 뒤틀린 고랑으로 빗물이 흘러내릴 때 옥수숫잎은 흔들리고 시달리면서 견디어낸다. 폭우에 땅이 패고 줄기가 땅에 쓰러져도 비가 개고 7월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쪼이면 줄기는 당을 딛고 다시 일어선다. 가벼운 바람에도 잎들이 서로 쓸려서 옥수수밭에서는 먼 썰물의 소리가 난다. 그 잎은 어릴 때부터 잎맥이 도드라져서 긴 여름날의 노동을 예비하는데, 가물고 뜨거운 여름날에 물을 실어나르는 옥수수의 잎맥은 굵고 힘세다. 커다란 동물의 혈관처럼 옥수수의 잎맥은 벌떡거린다.’ 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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