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택 앞에서 갈등하고, 도망치고, 결과에 아파하고 후회하면서 우리 앞의 생과 마주한다. <얼음이 빛나는 순간>(푸른책. 2013)은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몸살을 앓는 두 소년 지오와 석주의 행로를 통해 삶을 말한다.
석주는 엄마의 전략대로 고분고분하게 삶을 살았다. 지오는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짓눌린 아웃사이더. 둘의 삶은 지방의 기숙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묘하게 뒤틀린다.
두 사람은 최초의 일탈이었던 자전거 여행을 통해 우연히 한 소녀 은설을 만난다. 이 사건은 둘의 삶을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가게 한다. 서로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상반된 인생의 행로를 걷는 것이다.
은설의 임신. 그로 인해 견고하게 쌓아 올린 자신의 세계가 처참히 무너지는 소년. 급기야 ‘바닷물에 퉁퉁 불고 물고기에 눈알을 파 먹힌 시체로 엄마와 은설에게 발견되고 싶’다는 자기 파괴적 충동을 느끼며 바다로 달아난다.
작가는 우연으로 시작해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내밀한 진실을 보여 주고 있다. 두려움과 수치심에 휩싸이면서도 자기 앞의 생을 마주하고야 마는 지오와 석주의 이야기에 예외가 별로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후회와 열패감으로 과거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살아내는 용기가 아닐까. 책의 메시지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삶의 무게가 버겁고 스스로의 존재가 먼지처럼 보잘것없이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면, 깨지고 굴곡진 길을 가면서 찬란하게 빛나는 얼음의 존재를 그리고 지오와 석주를 떠올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