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명문장] 사랑은 바둑판 앞에 앉는 일
[글쓰기 명문장] 사랑은 바둑판 앞에 앉는 일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2.19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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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책읽기>중에서

[북데일리]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굳이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친구나 가족, 일반적인 사람 사이의 적절한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 있다. 카툰 서평집 <카페에서 책읽기>(나무발전소. 2013)에 실린 조경란의 <복어> 중 일부분이다.

“이것 봐. 그렇게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처럼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을 필욘 없어. 사랑이란 두 사람이 서로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것과 같은 거라네. 바둑판은 실은 정사각형이 아니야. 가로 42.5센티미터고 세로는 그것보다 3센티미터 더 길지. 그러니까 보는 거와 달리 바둑판은 정사각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인 거야. 왜 그런 줄 아나? 그건 바둑을 두는 상대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지. 심리적 거리랄까.

사랑이라는 건 그 거리를 유지하면서 흰 돌과 검은 돌로 각자 자신의 집을 짓는 거야. 흰 돌과 검은 돌은 결코 섞일 수 없는 거라네. 세상에는 얼마나 변수가 많은가 이해하기 시작하게 되면, 그 정도의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p180)

혜민 스님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 2012)에서 “사람 한 명 한명을 난로 다루듯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로에 너무 가까이 가면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 잘못하면 큰 화상을 입게 됩니다. 반대로 또 너무 멀리하면 난로의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될뿐더러 아주 쌀쌀하고 춥게 됩니다.” (p68)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물리적, 심리적인 공간이 필요함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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