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일본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 켐피스
  • 승인 2010.09.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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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리치]니케이 증시가 9000선을 하회하면서 올해 최저치를 기록하고 마감을 했다.

연초 토요타(Toyota) 자동차의 대량 리콜사태를 필두로 엔화가치의 상승과 함께 일본 경제의 시름은 한층 짙어지는 분위기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끌어내려서 어떻게든 수출을 늘려 보고자 하는 노력들이 거센 가운데 엔화상승으로 인한 일본기업들의 고충은 짐작이 되기에 충분하다. 외환시장 개입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BOJ(일본 중앙은행)는 몇차례 개입을 시사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인지 아직까지 확실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자료: 대신증권

비단 엔화상승을 차치하고라도 일본경제는 1990년초 버블 붕괴이후 “잃어버린 10년”으로 대변되는 침체기를 겪었다. 최근에는 세계경제 2위의 자리를 중국에게 내주며 체면까지 구기고 있으니 일본의 앞날이 어찌될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사실 일본의 경기 침체가 이토록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에서 희망을 찾는 전문가들 마저 사라지는 분위기여서 일본 경제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동(同)기간동안 한국과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남미국가들은 뛰어난 위기극복 능력을 보여주면서 도약을 했지만 유독 일본만은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대체 일본에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일본경제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은 이미 중국의 저가공세와 한국의 기술력에 밀려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연초 토요타 자동차의 대량 리콜사태는 일본의 기술력에 큰 타격을 준 사건이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일본의 제조업은 부가적인 비지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기능도 빈약하며 빠르게 변화되는 국제환경에 적응력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의 삼성이나 미국의 애플처럼 기술력과 함께 수요자의 입맛과 사회 트렌드를 선도할 비지니스 모델이 없다는 것은 일본의 기업들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사회 고령화는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또 하나의 짐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의 상실과 소비계층의 지속적인 감소가 일본의 내수시장마저 위협하고 있으니 설상가상인 셈이다.

일본의 위기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보다 앞서 버블 붕괴를 경험했으며 극심함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고 사회 고령화로 골머리를 앓는 일본의 어려움을 통해 우리 경제를 투영해보고 보완해야 할 점들을 찾아야 한다.

여전히 선대(先代)가 벌어놓은 돈을 까먹기 바쁘고 이제는 빚더미에 앉아 세계 최대의 채무국으로 전락해버린 일본을 타겟으로 한 위기설은 그 동안 수 차례 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렇게 어려운 일본이 무시할 수 없는 자본수출국이다. 일본의 제로금리를 바탕으로 차입된 돈은 여러 헤지펀드 자금의 원천이기도 하며 엔캐리 자금이라는 이름으로 각국에 뿌려지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일본 은행의 급속한 자금회수 때문이었다는 가려진 진실은 지금도 회자되는 이야기다.

엔화가치의 지속적인 상승은 이러한 엔케리 자금의 역류를 부추기는 역할을 할 수가 있다.

도무지 일어설 것 같지 않은 일본 경제와 그럼에도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엔화가치가 영 어울리지 않지만 반일 감정만 가지고 일본 경제의 침체를 고소하게 여길 일 만은 아닌 듯하다. 자칫 일본발 위기가 도약하는 아시아 경제에 먹구름을 몰고 오는 것은 아닌지, 영향력이 너무 커진 중국 경제를 링게르에 의지한 미국이 과연 혼자서 도맡아 견제할 수 있을 것인지는 세계 경제에 무척이나 중요한 이슈이다.

20세기 이후 불어 닥친 세계화 바람은 경제 국경을 없애는 대신에 상대방의 시름도 함께 엮일 수 밖에 없는 운명 공동체가 되어 버렸다.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세계화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한국이 그동안 세계화의 수혜자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위기극복 성과에 도취되어서 다른 나라의 침체와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바라만 본다면 우리 경제도 부메랑 효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아이엠리치(www.ImRICH.co.kr) 비앤아이에프엔 켐피스 칼럼니스트/ 블로그: 켐피스의 경제이야기 http://blog.daum.net/kempis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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