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숙영 "대화할때 1-2-3법칙 꼭 써보세요"
방송인 이숙영 "대화할때 1-2-3법칙 꼭 써보세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02.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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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맛있는 대화법’ 펴낸 아나운서 이숙영

[북데일리] 하루 한 잔씩 마셔온 모닝커피가 7천 3백여 잔, 아침방송 진행 총 1만 4천 6백 시간. 올해로 방송활동 20년을 맞은 아나운서 이숙영(50)이 세운 기록들이다.

KBS ‘FM 대행진’부터 현재 맡고 있는 SBS ‘파워 FM’에 이르기까지 아침방송을 전담해온 그녀는 자의반 타의반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12시 취침, 4시 기상을 어김없이 고수해왔다. 덕분에 폭설로 차가 움직일 수 없어 전화로 진행을 했던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지각도 펑크도 없었다.

“생체리듬이 아예 그렇게 맞춰져 버렸어요.”

발딱 발딱 잠에서 잘 깨어나는 덕에 붙은 별명이 강시. 그럼에도 왠지 못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 때는 형광등을 켜놓고 잔다. 깊은 수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니 이 정도면 `독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듯하다.

올 1월 출간한 <맛있는 대화법>(스마트비즈니스. 2007)의 집필에 몰두한 6개월 동안은 4시간에 불과한 취침시간을 그나마 3시간으로 줄였다. 최근 시내 대형 서점에서 만난 이숙영은 “책이 나오고 나니까 출산한 것처럼 시원하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준비하는 도중에 `그냥 포기해버릴까` 고민도 많이 했단다. 2개의 라디오 프로(그녀는 2005년부터 경기방송에서 ‘오후의 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적인 강연활동 등 꽉 짜인 일정에 좀처럼 글을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고 쪼개 매달린 끝에 결국 책을 완성해냈다. 밤 10시부터 12시, 새벽 3시부터 4시를 주로 활용했다는 게 그녀의 말. 라디오 진행 20주년을 결산한다는 의미가 있었기에 더욱 이를 악물었다는 것이다.

“제 직업이 아나운서잖아요. 라디오만 20년째 해왔고요. 이쯤에서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바로 대화에 대해 써보고 싶었어요.”

아나운서는 말하는 데만 능숙한 사람이 아니냐고? 이숙영의 대화 능력에 대한 의심을 말끔히 씻어줄 일화가 있다.

몇 년 전 5수생인 청취자가 죽고 싶다, 수면제를 사 모았다는 사연을 계속해서 보내온 일이 있다. 이숙영은 만남을 자청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설득했다. 수 차례 정성을 쏟은 결과,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그 청취자는 취직을 해서 잘 살고 있다고.

"대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말하기와 듣기로 이루어지는 게 대화죠. 그런데 우리는 듣기보다 말하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말하기의 기술`이 아니라 `듣기의 인격`이에요."

단순히 말을 잘 한다고 해서 대화를 잘 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이 같은 ‘대화력’은 방송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분위기에 ‘휘말린’ 게스트들이 종종 열애사실 등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곤 했던 것.

비결은 ‘1:2:3 법칙’에 있다. 이숙영이 가장 선호하는 대화법으로 하나를 이야기했으면 둘을 듣고 셋을 맞장구치라는 뜻이다.

“사람을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기 마련이거든요.”

건성으로 들어주는 것이 0점이라면 들어주기만 하는 것은 50점, 맞장구를 치며 호응해주는 것은 100점이란다.

집필에 사용된 원고지는 900여 매 볼펜은 30개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번, DJ석 한 켠에 있는 `육필 원고지`를 발견합니다. 이 씨가 직접 쓴 외부 기고문입니다. 방송 후 이 씨는 이것을 우편으로 보내려는 것 같다. 이 원고지를 볼 때마다 세 번 놀랍니다.”

이숙영의 방송에서 고정 코너를 맡고 있는 시사평론가 김용민이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이다. 그는 ▲흔한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대신 늘 원고지를 이용한다는 점 ▲자신의 이름으로 나가는 모든 글을 자신이 직접 작성한다는 점 ▲`명문(名文)`이라는 점을 이숙영 글에서 발견하는 놀라움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이숙영은 글을 쓸 때 반드시 200자 원고지를 사용한다. 생각날 때 마다 끼적거린 메모를 원고지에 옮겨 적는 과정에서 생각이 저절로 정리된단다. 무엇보다 한 칸 한 칸씩 메워질 때의 쾌감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맛있는 대화법> 작업 시엔 원고지 800여 매, 볼펜 30개가 금세 바닥났다.

‘명문’의 비결은 메모에 있다. 친구에게 들은 정보, 문득 떠오른 상념, 길에서 발견한 아이디어 등을 빠짐없이 기록한다. 사석에서는 말을 아끼는 이유도 이 때문.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가 좋은 내용은 적어둔다. 그야말로 `안테나`를 하루 24시간 가동시키고 있는 셈이다.

“저 같은 직업은 호기심이 없으면 못해요. 사람 사물에 대한 관심이 방송에서, 또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원동력이 되죠. 그래서 제 별명이 ‘호기심 천국’이잖아요.(웃음)”

인터뷰 내내 이숙영은 잘 웃고, 줄곧 맞장구를 쳤다. 그녀야말로 진정한 대화의 달인이었던 셈. 철저한 자기관리와 꾸준한 노력, 여기에 탁월한 대화 능력까지, 이숙영이 청취자로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을 짐작하고도 남는 대목이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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