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눈물`로 보고서야 다시찾은 아들
`엄마의 눈물`로 보고서야 다시찾은 아들
  • 북데일리
  • 승인 2005.09.0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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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증후군은 1944년 오스트리아 의사 한스 아스퍼거가 처음으로 밝혀낸 정신장애 현상이다. 의사소통을 잘 하지 못하고, 타인의 의도를 예측하지 못하며, 집착하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 하지만 전형적인 자폐증이라기보다는 지능과 언어발달이 좋아 도움을 받으면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지난달 14일 방송된 SBS TV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서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인 원지현(18)양이 소개됐다. 방송에 따르면 지현이는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감정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딱딱한 말투를 가졌다.

지현이의 최대 관심사는 환경보호. 물 한 모금, 밥 한 톨도 싹싹 비우는 지현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생선 머리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집에 찬밥이라도 돌아다니면 곰팡이균이 생겨 안좋다며 “빨리 없애야 한다”고 어머니께 잔소리를 퍼 붇는다. 한 가지 일에 심한 강박관념과 불안감을 가져 이를 말리는 아빠에게 대들기 일쑤다.

“평범하게 생긴 아이가 도대체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며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친구들이나 부모님까지도 지현이가 평범해지길 바란다. 하지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지현이의 일기처럼, 지현이 역시 이런 일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지현이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인해 보통의 사람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이와 관련 지현이와 유사한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없었던 비범한 아이 ‘벤’의 이야기를 다룬 ‘나의 라디오 아들’(2004. 한언)이 다시한번 눈길을 끌고 있다. 책은 주인공 벤을 통해서, 아이를 평범함이라는 틀 속에 가두려 했던 어머니 바바라가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길고 긴 여정을 담고 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벤은 태어난 지 18개월도 되지 않아 글을 읽기 시작했고, 한 번 읽은 것은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했다. 라디오 방송을 들을 때면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흉내 냈다. 벤은 천재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바바라는 아들 벤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벤이 눈의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톤이 없는 목소리로 지나치게 현학적으로 이야기하며 스스로 음식량을 조절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정해진 규칙만을 끝까지 고집한다.

바바라는 아들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평범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찾는다. 안구운동 치료를 받게 하고 신체의 원활한 활동을 돕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평범한 친구들과 평범한 놀이를 하도록 강요하지만 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더욱 자신의 세계로 빠져들 뿐. 그만이 알고 있는 상상 속의 세계로 들어가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했던 벤은 특수학교를 전전하다 결국, 정신병원으로 들어간다.

바바라는 ‘자폐아’라는 벤의 병명을 인정할 수 없었다. 벤의 증세와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수집하고 검토하다, 결국 그는 아들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벤이 결코 정신병자도 아니고, 비정상적인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바바라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던 세상과 투쟁하던 아들을 이해하게 되고 온전한 인격체로서의 아들을 새롭게 발견한다. 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은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모자의 힘겨운 여정만을 그리지는 않았다. 정상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아들 때문에 두려움과 수치스러움으로 가득했던 삶에서, 자신의 아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기까지 바바라가 겪어야만 했던 과정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특히 부모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진정 아이가 원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올바른 부모의 역할에 대해 바바라는 정중하게 되묻는다.

“나는 내가 끼고 있는 렌즈를 통해 그를 찾아내려 했었다. 진정한 내 아들을 가지기 위해서는 내가 써왔던 렌즈를 벗고, 내 눈물을 통해서 그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사진 = SBS 제공, 책 표지 출처 www.yes24.com)[북데일리 백민호 기자]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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