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김성주 `하늘로 간 `친구`와 짠한 추억`
MC 김성주 `하늘로 간 `친구`와 짠한 추억`
  • 북데일리
  • 승인 2005.09.0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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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사람과 그를 기억하는 친구들이 전하는 우정의 향기가 천리를 넘나들고 만리까지 퍼져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언뜻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이들이 교복을 입고 찍은 한 장의 사진. 그 속에는 MBC ‘사과나무’를 진행하는 김성주 아나운서가 있다. 바로 그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지난 2004년 8월 췌장암 말기로 사망한 고(故) 한욱씨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휴식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와서 쉬고 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20년 넘게 우정을 지켜오던 그 친구가 작년(2003년) 7월 췌장에 암이 생겼답니다….’

한욱씨의 절친한 고향 친구 송상운씨가 ‘사과나무’ 제작진에게 보낸 편지가 계기가 돼 한욱씨는 방송에 나올 수 있었다. ‘사과나무’에 출연한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은 ‘내 인생의 사과나무’(2004. 더북컴퍼니)에 따르면 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교복 사진은 “친구들과 학창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벤트를 만들고 싶다”는 한욱씨의 생전 소원이었다.

사진관에 도착한 한욱씨와 친구들은 교복을 입자마자 학창시절 불량기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즐겁게 사진을 찍었다. 삐딱하게 모자도 써보고 목단추도 풀고…. 그러던 중 한욱씨의 어깨가 들썩였다.

“이렇게 웃고 사진 찍는 거 너무 좋아서… 그런데 언젠가는 이 사진도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마음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생전 친구들 앞에서 울음을 보이지 않던 그는 이날 “이 친구들이 없었더라면 제 젊은 날은 암흑이었을 거예요”라며 다시 밝은 모습으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형제 없이 혼자 학창시절을 보낸 그에게 친구들은 부모의 따뜻한 품 그 이상이었다. 김성주 아나운서는 그를 ‘우정의 힘으로 세상을 헤쳐나간 남자’로 기억한다. 책에는 생전의 한욱씨를 기억하는 친구들의 우정 깊은 대화가 나온다.

“아침 저녁으로 아르바이트에 신문 배달까지 해가며 공부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지.”

“난 욱이한테 용돈도 받아봤다. 갈 때 차비하고 밥 사먹으라고.”

“어? 나도 몇 번 받았는데.”

“야, 이 양심도 없는 놈들아. 친구가 새벽잠 못 자고 번 돈을 받냐?”

“안 받으면 욱이가 가만있냐, 돌아와서 가방 속에 쑤셔넣고라도 가지.”

항상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는 임종 전까지 구김살 없는 친구의 모습으로 남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입원했던 성가복지병원 간호사들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를 긍정적이고 항상 웃는 모습을 보였던 환자로 기억하고 있다. 성가병원으로 옮기기 전까지 그를 담당했던 호스피스센터 차진숙 사회복지사는 “한숨도 못자고 힘들게 며칠 보내고 오셨는데 심한 통증 증에도 저희를 보고 웃어주셨다”며 그를 회고했다.

책에는 그가 생전에 남긴 말 가운데 아내와 자식보다 먼저 눈을 감아야 했던 지아비의 슬픔도 담겨있다.

“병원에서 길어야 6개월 이랬는데, 지금까지 전 건강해요. 그래, 어디 한번 버텨보자, 라는 각오로 살고 있어요. 단지 조금 아쉬운 건, 미래를 모른다는 거죠. 어린 아들 둘이 크는 것. 저놈들이 크면서 목소리도 변하고 수염도 나고… 더 크면 군대고 가고 결혼도 할 텐데 그런 걸 못 보는 게 안타까워요. 그리고 아내는… 이 사람도 나 떠나고 나면 직장도 가져야 될 텐데, 늘 털털하기만 한 사람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아이들 혼자 돌볼 생각을 하면….”

한욱씨는 불혹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를 아끼는 친구들의 변함없는 우정이 한욱씨의 아내와 자식을 보듬고 살아가고 있다. 그의 친구들은 한욱씨의 아이들 이름으로 된 통장을 만들어 아이들이 대학까지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의 아내와 두 아들은 한욱씨가 살던 강원도 원주 시골집에서 살고 있다. (사진 = 더북컴퍼니 제공) [북데일리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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