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 알고보니 메모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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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데일리
  • 승인 2007.02.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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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초밥왕>의 아류가 될 까봐 걱정이 많았습니다”

[북데일리] 만화가 허영만(58)이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데라사와 다이스케(48)와 만나 색다른 고백을 털어 놓았다. 3일 오후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열린 ‘미스터 초밥왕 식객을 만나다’ 대담에 참석한 허영만과 데라사와 다이스케는 작품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심사를 주고 받았다.

특히, 허영만은 <식객>을 쓰면서 <미스터 초밥왕>을 의식했음을 밝히며 “테마는 비슷하나 허영만 식의 음식만화라는 평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경쟁구도는 피하고 사람 사는 모습을 그리기 위해 애쓴다”며 “작은 논쟁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의견이 올라오는 게시판은 ‘절대’ 보지 않는다고 했다.

요리만화의 대가 허영만을 자극한 <미스터 초밥왕>은 데라사와 다이스케가 만화주간지 주간소년매거진에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연재 한 작품.

동경의 한 초밥집에서 일하는 청년이 초밥 명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시리즈물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요리와 서스펜스를 접목시킨 <절대미각 식탐정> 역시 데라사와 다이스케를 알린 대표작 중 하나.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살도 찌지 않는 사립탐정 다카노 세이야가 천재적인 미각을 토대로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내 큰 인기를 얻었다.

이날 데라사와는 “나 스스로 코미디와 개그를 무척 좋아 한다”며 “남을 웃기는 게 무척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도 요리를 소재로 할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해 차기 작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양국 간의 음식차이에 대해 데라사와는 “일본인은 어릴 때부터 몸을 구부려서 식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을 받았다”며 “한국에 와서 밥 먹을 때 가장 놀란 것은 국물이 굉장히 뜨겁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허영만은 “일본과 중국은 밥공기를 들고 먹는데 우리는 상위에 놓고 먹는다”면서 “일본이나 중국이 우리보고 밥에다 절을 하듯 먹으니 사례 사상이 뚜렷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어른들로부터 밥을 들고 먹으면 상스럽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것이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대꾸했다.

“문하생들에게 음식만큼은 보는 사람이 먹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그리라고 한다”는 허영만은 ‘메모’야 말로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캐릭터 창조의 바탕임을 강조했다. 작은 현상, 상황만 봐도 놓치지 않고 메모를 한다는 그에게 메모는 생명과 같은 존재. 또, <식객>에 등장하는 음식묘사를 위해 수천 장에 이르는 음식사진을 직접 현상해 참고 했다고 밝혔다.

최근 영화화 된 <타짜>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허영만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원작을 넘겨 줄때 회사의 연혁을 많이 살펴본다. 일단 넘기면 연출자가 어떻게 끌고 나갈지는 완전히 맡긴다. 전문가가 하는 건데 원작자랍시고 간섭하면 배가 다른 쪽으로 흘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허영만은 만화가 하나의 창작영역이듯 영화 역시 감독의 창작물이기 때문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드러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샐러리맨이 됐는데 매일 사람 가득 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게 싫어서 무엇을 하면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만화를 떠올렸다”며 만화가가 된 계기를 밝힌 데라사와는 “<미스터 초밥왕>을 만들기 위해 한 초밥집을 정해 놓고 수백 번을 드나들었다”고 했다. 초밥의 종류도 제각각인 만큼 만드는 과정 역시 천차만별. 다양한 종류의 초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밀히 관찰하고 기록한 끝에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허영만은 “<식객>의 성찬이와 달리 나는 굉장히 변덕스럽고 급한 성격이다” “요리는 잘 못한다 먹기 전문이다” “일본만화와 한국만화의 가장 큰 차이는 넘기는 순서” 등의 재치 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 내기도 했다. 대담의 마지막에서는 “아프리카에서는 음식이 부족해 굶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는 너무 음식을 낭비 하는 것 같다. 지구가 음식쓰레기로 덮일까봐 걱정”이라며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데라사와 역시 “허영만 선생님의 생각에 공감한다. 음식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인격의 일부다. 같이 먹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동의했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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