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계에 선보인 `혜경궁 홍씨`의 삶
세계문학계에 선보인 `혜경궁 홍씨`의 삶
  • 북데일리
  • 승인 2005.08.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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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소재 ‘용주사’는 조선시대 제22대 임금인 정조(正祖)가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고자 지은 사찰이다. 본래 신라 문성왕 16년(854년)에 창건된 갈양사 였으나 병자호란 때 소실된 후 폐사된 것을 일으켰다. 정조는 동대문에 있던 정조의 무덤(융릉)을 화성으로 옮기면서 이곳을 자주 찾았다. 훗날 이곳에 장조(莊祖)로 추존된 사도세자와 그의 부인 혜경궁 홍씨- 헌경왕후(獻敬王后)가 함께 묻힌다.

이 사건 중심엔 혜경궁 홍씨가 있었다. 28세의 나이에 남편 사도세자의 죽음을 묵묵히 지켜보았던 혜경궁 홍씨는 친정가문과 자신을 위협하는 외부 세력에 굴하지 않고 마침내 아들 정조를 왕위에 오르게 한다.

혜경궁 홍씨의 자전적 회고록 ‘한중록’은 한 아내이자 어머니인 한 여성의 개인사이자 왕실 역사의 기록이다. ‘한스러운 가운데 적은 글’이지만 수려한 문체, 등장인물의 명확한 성격묘사, 실제 사건이 주는 긴장감 등으로 ‘한중록’은 조선시대 궁중문학의 정수로 손꼽힌다.

한중만록(閑中漫錄)이라고도 불리는 이 회고록이 모티브가 되어 탄생한 소설 “붉은 왕세자빈(2005. 문학사상)”은 저자가 외국의 유명작가이자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저명한 영국 문학상인 부커상 수상작가 A.S 바이어트와 함께 ‘브론테 자매의 환생’으로 불릴만큼 문단의 확고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저자 마거릿 드래블은 지난 2000년 서울문학포럼에 참가할 당시 ‘한중록’의 영문판을 접하고 감명을 받아 이번 작품을 집필했다.

총 3부로 구성된 소설은 시, 공간을 넘는 주인공과 사건을 배치해 놓는다.

1부는 혜경궁 홍씨를 화자로 내세워 어린시절부터 궁중생활, 당파싸움,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2부는 저자 자신과 흡사한 주인공 바버라 할리웰 박사를 등장시켰다.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한 할리웰 박사는 ‘한중록’을 접하게 되고, 그녀는 아버지의 권위로 병에 걸린 남편, 아들의 비극적 죽음을 목격한 자신의 현실을 혜경궁 홍씨의 삶에 투영시켜 인생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풀어나간다.

“한중록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같은 강력한 힘을 지녔다. 나는 이 이야기가 혜경궁 홍씨의 독특한 이야기이며, 또 전 인류적인 것이라고 느꼈다. 그녀의 이야기는 실제 사건의 회고록이지만 또한 그 이상이다. 긴 생애 동안 궁중에 갇혀 산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혜경궁 홍씨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 인류적일 수 있을까? 그녀는 어떻게 그녀가 살았던 시대의 문화를 전혀 모르는 독자에게 이토록 직접적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을까? 내 소설은 이 문제들을 탐색하고, 또 그를 통해서 인류 공통의 인간본성, 그리고 범세계적인 서사라는 명제를 탐색하는 과정에 다름아니다.” - 마거릿 드래블, 서울국제문학포럼 초청강연에서

작가가 말한 집필동기처럼 낯선 나라의 역사와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주인공 바버라 할리웰 박사는 역사와 생명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내용으로 3부를 마무리 한다.

출간 당시부터 각국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번 작품은 고전이 시대와 문화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데일리 송보경기자]ccio@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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