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를 사랑한 `맨발의 성자`
톨스토이를 사랑한 `맨발의 성자`
  • 북데일리
  • 승인 2005.08.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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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를 사랑한 67세의 노인. 3년 전에 아내를 잃었고, 폐결핵으로 1년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따뜻한 곳에서 여생을 보내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북쪽 아이다호에서 머나먼 남쪽 앨라배마 페어호프로 떠난다. 만류하는 친구와 자식에겐 집과 땅을 나눠주고…

소니 브루어의 `톨스토이 공원의 시인`(길산. 2005)은 바로 이 노인의 말년에 대한 기록이다. 그의 이름은 헨리 제임스 스튜어트. 단일 조세주의를 주장한 헨리 조지와 톨스토이의 외로운 투쟁을 사랑했던 전직교수였다. 실존 인물이었던 그는 인디언의 집처럼 둥근 콘크리트 오두막에서 기적처럼 20년을 더 살았다.

그는 말년에 집을 떠난 톨스토이처럼 자신을 압박하는 모든 관념과 물질을 거부했다.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살았다. 인적 드문 숲에 오직 혼자 힘으로 1년 동안 오두막을 지었다. 낡은 바지와 셔츠 한 벌이 그가 가진 전부였다. 무욕과 무소유. 그는 가지거나 가지지 못한 것의 구별을 초월했다. 그는 울창한 숲과 땀 흘려 일군 한 뙈기의 밭, 아무 것도 넣지 않은 밀가루 빵에서 진리를 읽었다.

도시를 버리고 `월든 숲`으로 들어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그랬듯이 그는 홀로 살면서도 고고했고, 숲의 고요와 정직한 삶을 동경했다.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상가 톨스토이의 이름을 직접 명명한 그의 숲 `톨스토이 공원`은 시간이 흐를 수록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되었다. 그의 집 방명록에 적힌 숫자는 1139명. 그들은 헨리가 숨을 거두자 그를 일컬어 `톨스토이 공원의 시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가 찾아간 앨라배마 주 페어호프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들과 단호한 개인주의자들의 천국이었다. 작가인 업톤 싱클레어, 셔우드 앤더슨, 변호사 클라렌스 대로우 같은 유명인사들이 주민으로 살았던 곳이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그는 맨발의 철학자요, 성자로 자기 이야기를 듣고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신념을 들려주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노자, 소로우, 톨스토이, 인디어 추장들의 목소리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또 그는 오두막 안에서 베틀에 앉아 인디언 나바호족 여인으로부터 배운 러그를 짜기도 했다.

그의 소박한 오두막에는 타자기 한 대와 그가 가장 좋아하는 톨스토이의 책들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혜의 달력`, 휘트먼의 시짐 `풀잎`과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 데이빗 그레이슨의 `모험은 값지다` 같은 책들이 꽂혀 있었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소설이다. 현재 페어호프에서 서점을 경영하는 저자가 지은 첫 작품이다. 헨리의 스튜어트의 단순하고 소박한 삶과 노동의 위대함을 전하는 지혜가 담겨 있다.

(사진 = 톨스토이, 헨리 스튜어트, 저자 소니 브루어)[북데일리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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