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이책] 만화가 양영순 "상상력엔 책이 특효"
[오늘은이책] 만화가 양영순 "상상력엔 책이 특효"
  • 북데일리
  • 승인 2007.01.0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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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1995년 <누들누드>의 등장은 그야말로 `이변`이었다. 성인용 만화 주간지 `Mr. Blue`에 연재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만화는, 이후 단행본으로 발간돼 50만부라는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성`(性)과 `엽기`를 질퍽하게 녹여낸 작가 양영순의 이름은, 독자들에게 단번에 각인됐다.

<천일야화>(김영사. 2006)는 <아색기가> <쿵다리맨> 등 4컷짜리 단편만화를 주로 작업하던 그가 데뷔 10여년 만에 최초로 도전한 장편만화. 고전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조했다.

기존 작품을 특징짓던 엽기 발랄한 에피소드, 노골적인 성담론은 없지만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포털사이트 파란에서 먼저 발표된 만화는 하루 방문객 30만명, 리플 10만개라는 온라인만화에 있어 전무후무한 기록을 수립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천일야화>는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06 대한민국 만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셈이다.

`만화계의 UFO` `외계인` 등 양영순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그의 상상력을 향한 찬사들. 독창적이고 기묘한 발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작가에게 직접 물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책만 한 게 없어요. 비주얼로 보여 지는 것들은 한계가 있죠. 오히려 상상력을 가로막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화면에 압도당해서, 그 다음단계로 생각을 옮겨갈 수가 없거든요."

그가 밝힌 독특한 사고의 비밀은 다름 아닌 독서였다. 양영순은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고 겸연쩍어했지만, 일주일에 1권은 정기적으로 독파하는 `착실한` 독자. 최근엔 서강대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샘터사. 2005)를 완독했다.

"저 같은 사람들이 보기에 어려운 내용들을, 참 쉽게 이야기해주셨더라고요. 교수님이 지내온 삶이 책 속에 녹아있는데, 참 굳건하고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라며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했다.

양영순은 소설가 박민규의 열렬한 팬이다. 상상력이란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작가로, 그 기발함은 만화가조차 따라잡을 수 없단다. 그는 예측불허의 내용 전개, 시니컬한 문체 등을 박민규 작품의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특히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한겨레신문사. 2003)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학창시절엔 오쇼 라즈니쉬에게 빠져있었다. 개인사정상 휴학을 하고, 많이 힘들었던 시기에 달짝지근한 이야기에서 위로를 받았다. <베샤카의 아침>(제일출판사. 1983)은 양영순이 유일하게 두 번 넘게 펼친 책. 평소 독서를 할 때마다 인상적인 구절에 밑줄을 긋지만, 다시 찾아보는 경우는 드물단다. 그렇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인터뷰 내내 양영순은 솔직담백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만화가 곽백수. 홍승우. 이우일은 " 자신은 책을 추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겸양을 보인 그가, 자신 있게 내세운 진짜배기 독서광들. 일주일에 2,3권은 뚝딱 해치우는 `부지런한` 독자들이란다.

비록, 독서량은 많지 않을지언정 양영순 역시 독서광이라는 칭호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책에서 소재를 발굴하고, 영감을 얻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색기가>에서는 수학적 개념을 이야기 형식을 빌려 설명한 책 <수학 먹는 달팽이>(까치글방. 2000)의 한 부분을 차용하기도 했다. <천일야화>를 구상할 땐, <아라비안 나이트> 10권을 끝까지 읽었다.

2007년. 양영순은 미디어다음과 연계, 신작 만화를 게재할 계획이다. 그가 이번엔 어떤 책에서 자극을 받고, 어떤 책에서 소재를 빌려올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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