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시작과 끝 `나를 미치게 하는 바다`
삶의 시작과 끝 `나를 미치게 하는 바다`
  • 북데일리
  • 승인 2005.08.2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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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의미와 이미지를 간직한 공간이다.

영화 `녹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에서 두 남자 주인공은 추격해오는 경찰들을 뒤로 한 채 바다를 찾는다. 이미 병마가 온몸을 덮친 채 철창 신세를 져야 하는 두 사람에게 바다는 마지막 안식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는 준서의 등에 엎힌 채 바닷가를 거닐다 숨을 거둔다. 바다는 두 사람에게 사랑을 확인했던 장소였으며 현생에서의 인연의 고리를 가만히 놓게 만든 곳이다.

민족의 영웅 이순신에게 바다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전쟁터이자 조선의 일부였으며 이순신 자신의 분신이었다.

이처럼 바다는 영화와 드라마, 역사에서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주 등장한다.

책에서 등장하는 바다도 예외는 아니다. `나를 미치게 한 바다`(2005 예담)에서 바다는 삶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전한다.

책은 아름답고 잔잔하고 때로는 거칠고 무서운 바다의 모습을 여행가 조병준의 에세이와 함께 싣고 있다.

바다는 잉태와 더불어 탄생과 시작과 출발을 의미하며 이는 어머니의 자궁과 닮았다고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어머니를 떠나 세상과 조우하면서 상처받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그 모든 기억들을 바다와 함께 한다.

여행지로서의 바다, 연인과 함께 사랑을 속삭였던 바다, 영화 그랑블루의 주인공마냥 돌고래가 되어 깊이 헤엄쳐 본 바다, 나 홀로 동 떨어져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유배지로서의 바다가 저자의 손끝에서 찬연하게 펼쳐진다.

또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바다는 때로 거대한 파도와 태풍으로 소멸과 죽음의 공간으로 돌변하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하여금 잠시라도 기대고 싶고 안주하고 싶은 존재로 그려진다.

저자는 "바다를 굳이 이 바다 저 바다로 나누지 마라, 이는 무조건 경계선 긋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한 것일뿐 그 어떤 의미도 없다. 육지를 제외하고 바다는 어차피 하나다"라고 전한다.

글과 함께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다를 표현한 사진들이다. 사진작가 최민식과 김중만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25명의 사진작가들과 디지털 아티스트, 3D 입체영상작가, 금속공예가 4인이 동참했다.

블랙커피보다 시커먼 바다, 태양이 붉은 피를 토한 듯한 바다, 희디흰 포말과 파도를 액세서리 삼아 춤추는 바다, 솜사탕같은 흰구름이 곧 바다에 푹 안길 듯한 바다, 휴가철 시끌벅쩍한 사람들의 바다가 책의 면면을 장식한다.[북데일리 정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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