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일주일에 35권, 선생님도 놀란 논술왕
①일주일에 35권, 선생님도 놀란 논술왕
  • 북데일리
  • 승인 2006.12.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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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의 방]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석지훈 학생

[북데일리]도서관은 책을 살 수 없는 독서광들의 집결지다. 가난하다고 책을 못 읽는 것은 아니다. ‘소장’이 아닌 ‘대여’로도 얼마든지 책읽기를 즐길 수 있다. 책읽기를 방해하는 것은 ‘게으름’이지 ‘돈’이 아니다. 도서관 한 쪽에 앉아 좋아하는 책을 쌓아놓고 빠른 속도로 해치우는 독서광. 그들은 아직, 책을 살 여력은 부족하지만 어느 장서가 못지않은 열혈독서광이다.

“여유만 생기면 사고 싶은 책을 다 사리라” 벼르는 이들에게 책이란, 아직 소유하지 못했기에 더욱 탐나는 대상이다. 경기도 구리시 토평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석지훈(18) 군 역시 ‘돈 벌면 가장 먼저 사고 싶은 책 백 권’의 리스트를 ‘일찌감치’ 만들어 놓은 책벌레다.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광이지만 석 군의 집에는 책이 많지 않다. 수천 권의 책이 이미 ‘몸’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의 평균 독서량은 35권. 2살 때부터 시작된 석 군의 책읽기 이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화려한’ 독서력을 말하자면 2살 때로 돌아가야 한다. 18개월에 글 읽기를 시작한 뒤 잡지사에 근무하는 아버지 덕에 책을 가깝게 접했다. 본격적으로 글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살 무렵. 한글이 써있는 낱말카드를 죽어라 갖고 놀더니 4살이 되자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덕분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류의 동화는 모두 섭렵한 상태라 눈을 돌릴 데라곤 영어책 밖에 없었다. 영어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게 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는 찢어질 때까지 읽어 걸레처럼 헤졌다.

석 군의 취학 전 독서력을 말할 때 스크랩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자동차 대리점에 다니는 친척 덕에 차에 관심을 갖게 된 석 군은 7살 때 차 카탈로그를 열광적으로 스크랩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도 소장중인 스크랩북의 ‘1995년’이라는 글씨가 이를 증명했다.

초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석 군의 ‘광적인` 책읽기는 보다 구체화되었다. 어머니를 따라 간 시립도서관에서 만든 ‘노란 딱지’ 즉, 대출증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오전수업이 끝나면 늘 12시였던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집에 들려 가방만 내려놓고 대출증을 챙겨 ‘혼자’ 도서관으로 향했다. 개관한지 얼마 안 돼 책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책을 좋아하는 석 군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책읽기는 어린이 도서관부터 시작했다. 도서관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어느새 작은 옆구리에는 수십 권의 책이 꽂혀 있었다. 오후 4시까지는 골라온 책을 ‘대충’ 읽고 4시부터 5시까지는 빌릴 책을 추려냈다. 대출권수가 3권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늘 갈증이 났지만 책을 들고 나올 때의 기분만큼은 그야 말로 최고였다고.

밥 먹듯 도서관을 드나 든 결과. 1년 만에 어린이도서관에 꽂힌 모든 책을 해치웠다. 어떤 책이 어디에 꽂혀야 하는지 모두 외운 석 군은 이용자들이 읽다 두고 간책들을 제자리에 꽂고 퇴실하곤 했다. 사서들은 그런 꼬마가 너무나 귀여워 ‘책반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예뻐했다.

“몇 년을 노란 대출증과 동고동락했죠. 번호도 기억해요. ‘2147’번. 저학년 때는 수업이 일찍 끝났기 때문에 집에 오면 할 일이 없었어요. 도서관 가는 게 제 가장 재미있었어요”

석 군은 지금도 행복했던 그 시절의 책읽기를 흐뭇하게 회상했다. 지금이야 대입준비로 그때만큼 책을 읽지 못하니 그 시절이 그립단다. 놀라운 독서력을 말해주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때는 초등학교 2학년 시절. 한 달 간 읽은 책을 적어내라는 말에 ‘73권’이라고 적어 낸 석 군. 같은 반 아이들이 적어낸 평균 권수가 5~6권이었으니 교사로서도 믿을 수 없는 분량이었을 터. 석 군은 불려가 “거짓말 하지 말라”는 다그침을 당했다. 한 달 간 도서관에서 읽은 73권의 책 제목과 저자 이름을 ‘줄줄’ 외는 아이 앞에서 교사는 한숨만 내쉬었다. 비슷한 일화는 수도 없이 많아 기억하기 힘들 정도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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