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 같은 그림책 ‘추억이 방울방울’
사진첩 같은 그림책 ‘추억이 방울방울’
  • 북데일리
  • 승인 2006.12.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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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한 사람의 인생을 반추하는 ‘지름길’은 그의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시간의 단면을 ‘잡아둔’ 사진엔 웃고 울고, 먹고 자고, 떠나고 돌아왔던 그이의 경험이 생생히 살아있다.

<딸은 좋다>(한울림어린이. 2006)는 한 권의 앨범 같은 그림책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다시 한 아이를 낳기까지의 과정이 한 장 한 장 그림으로 박혀있다. 주인공이 지나온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이의 추억도 ‘방울방울’ 샘솟는다. 어른에겐 과거가, 아이에겐 아직 겪지 못한 미래의 일. 책엔 그렇게 독자에 따라 달라질,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엄마와 딸이 함께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유다.

무엇보다 <딸은 좋다>가 지닌 미덕은 세심한 묘사에 있다. 책은 각 장의 상황과 배경, 소품, 분위기 등. 글과 그림의 모든 곳에서 엄마와 딸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과 갈등, 아픔을 그려낸다. 특히 엄마의 뒷모습만 등장하는 결혼식 장면에선,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심정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녀는 분명 기쁨과 아쉬움이 범벅 된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리라.

<딸은 좋다>의 저자는 채인선과 김은정. <아름다운 가치 사전>(한울림어린이. 2005)으로 우리가 소중하게 가꾸고 간직해야 할 가치를, 어린이 시각에서 풀어낸 바 있는 그들이 다시 뭉쳤다. 글을 쓴 채인선은 책을 통해 ‘딸 예찬론’을 펼친다. 단순히 ‘아들보다 딸이 더 좋다’는 주장이 아니다. 그녀는 세상에서 또 엄마에게 있어 ‘딸’이 지니는 의미를, 가슴 깊숙이에서 길어 올린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딸은 좋다. 엄마가 딸을 보고 방긋 웃으면 딸도 엄마를 보고 방긋 웃는다. 엄마가 딸을 보고 있지 않으면 딸은 가까이 다가와 엄마 팔을 잡아 끌고는 웃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엄마가 웃을 때까지 딸은 그렇게 한다.”

“딸은 좋다.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내가 해 줄게요.’ 한다. 안방에서 부엌으로, 부엌에서 마당으로. 엄마가 괜찮다 해도 딸은 언제나 엄마가 하는 일을 자기도 하고 싶어한다.”

주문처럼 반복되는 ‘딸은 좋다’란 문장과 그 이유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새 ‘세뇌’된 당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림을 그린 김은정은 2005년 5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1년 6개월간 작업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녀는 “정성을 쏟은 만큼 엄마와 딸 사이의 미세한 감정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던 작품”이라고 자신한다. 두 저자의 노력은 결과물만으로도 응당한 보상을 받은 듯 하다. <딸은 좋다>는 그들은 물론, 독자까지 흐뭇하게 만들 참 ‘예쁜’ 그림책이니 말이다.

(그림 = 출판사 `한울림어린이` 제공) [북데일리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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