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나 때문에 아픈 걸까?>(스콜라. 2006)는 아이와 상처를 대면시키는 ‘아이 시림 그림책’ 시리즈의 첫 번째 권. 암에 걸린 엄마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감정변화를 통해 현실을 이해하는 법을 자연스레 전달하고 있다.
“내 탓인 것 같아. 내가 말을 안 들어서 엄마가 아픈 걸지도 몰라.” 엄마가 큰 병에 걸렸다는 사실은 어린 앨리스가 감당하기엔 벅차고 혼란스럽다. 자기 엄마만 병에 걸린 게 불공평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듯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지만 책은 슬프지 않다. 가족 간의 사랑이 전체에 녹아들어 도리어 따뜻하고 정겹다. 빨간 볼,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 작은 눈. 앨리스 역시 기존의 동화책 주인공처럼 예쁘진 않다. 하지만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나, 아픈 엄마에게 씩씩하게 짓는 미소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묘한 매력이 있다.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를 동화적 요소를 사용해, 설명하는 것도 책이 지닌 특징. 엄마가 입원한 사실은 ‘암의 나라로 떠났다’고 표현하고, 항암치료는 ‘의사들이 무기를 이용해 암을 물리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엄마의 병에 대해 궁금한 것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무’가 답해주고, 앨리스의 혼란스러운 마음은 ‘강가의 징검다리 돌들’이 위로해 준다.
공동저자 마르틴 에뉘와 소피 뷔즈는 벨기에의 ‘암과 심리 협회’에서 활동하는 아동 심리 전문가들. 병원에 큰 병에 걸린 부모를 둔 아이들을 위한 휴식 시설을 만드는 데 앞장서 왔다. <엄마는 나 때문에 아픈 걸까?>는 그들이 병원의 ‘어린이 쉼터’에서 만난 부모와 아이들을 상담한 경험을 토대로 만든 책이다.
[김보영 기자 bargdad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