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부인은 어디에? 대통령의 아내 `육영수`
한국의 영부인은 어디에? 대통령의 아내 `육영수`
  • 북데일리
  • 승인 2005.08.2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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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에서 하나 뿐인 직업과 직책을 고른다면 바로 대통령과 대통령 영부인이다. 대통령의 가족이나 친인척 중 퍼스트레이디는 자국민 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대상이자 뉴스메이커 1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문, 학벌, 외모, 성격, 행동과 말투 하나하나가 뉴스거리가 되기 때문에 퍼스트레이디의 삶은 보통 사람들이 쉽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고단하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사람인 루즈벨트의 아내 엘리너 루스벨트는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음데도 항상 낙관적인 사고방식과 밝은 표정으로 주변을 즐겁게 했다. 그녀의 여섯아이 가운데 아이 하나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아직도 내게는 아이가 다섯이나 있다"고아"고 말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39세의 한창 나이에 다리를 못쓰게 되었을 때도 그녀는 남편의 정신적 휠체어가 되어 대통령의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남편 클린턴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로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을 때 끝까지 남편을 믿고 이끌어 재선에 당선되는 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영국의 퍼스트레이디 세리 블레어는 변호사 출신으로 남편 토니 블레어 총리 이상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남편과의 동반자적 입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는 독재와 사치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남편 마르코스 대통령과 함께 세계적인 반민주 인사로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한국의 퍼스트 레이디는 지금까지 8명이 청와대의 안방마님으로 거쳐갔고 현재 권양숙 여사가 9번째다. 이들 가운데 지금까지 세간의 칭송과 존경을 받는 인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내 육영수 여사.

육영수 여사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며 가장 닮고 싶은 혹은 가장 좋아하는 퍼스트 레이디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육영수 여사 31주기 추도식을 맞아 `대한민국 퍼스트 레이디 육영수`(2005. 작은키나무)을 펴낸 홍하상은 대한민국에 퍼스트 레이디는 육영수밖에 없는가? 라는 이슈를 제기한다.

육 여사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우아한 이미지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으며 이를 모방하려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홍씨는 육여사의 생가를 직접 찾는 등 여사의 생애와 발자취를 좇고 당시 최측근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책은 육여사의 우아한 몸가짐과 행동, 말투와 맵시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내비친다.

젊은 시절 자신의 숟가락이 아니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육여사가 빈민가와 양로원, 고아원, 나환자촌 등 사회에서 소외받은 사람들을 찾아 위로할 수 있었던 데는 진정 도움을 주고자 했던 여사의 순수하고 고결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육여사의 어록에서도 알 수 있듯 여사는 평소 "남편이 장관이면 부인도 장관 부인답게, 남편이 대통령이면 부인도 대통령 부인답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솔선수범하기를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의 부인으로서는 외유내강형을 고수했다. 바깥에서 보기에는 눈에 띄지 않게 남편을 보좌하는 철저한 내조형이었으나 대통령의 행보가 조금이라도 어긋날 때면 여사 스스로 `청와대 제1야당`이라고 외치며 남편을 정도(正道)로 이끌고자 했다.

책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기 전 육여사가 장충동 국립극장으로 출발하기 전의 모습부터 시작된다. "오늘은 왠지 가기 싫은데..."라는 육여사의 말은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안타깝게 다가온다.

오래 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펴낸 `나의 어머니 육영수`는 자식의 관점에서 바라본 어머니의 얘기였다. 이번 책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퍼스트 레이디 육영수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 한국의 퍼스트 레이디는 어디로 갔는가? 앞선 영부인들은 비리의 온상이었지만 언제부턴가 너무나 조용하다. 그저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숨 죽이고 있는 것이 영부인의 참모습은 아니다."

그리고 저자는 당부한다.

"이제는 육영수 여사를 잊자. 많은 이들이 육영수 여사의 행동과 품성을 모방하려고 하지만 이는 가식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돌아서면 그들의 속내는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 아닌가. 어쩌면 더 이상의 육영수 여사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사진 = 출처 박정희대통령 인터넷기념관 www.516.co.kr) [북데일리 정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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