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비 냉정하게 따져라
자녀 교육비 냉정하게 따져라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10.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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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에 모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가 학교 들어가면 교육비 지출이 늘어나 돈 모으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말도 썩 맞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돈 모으기가 어려워지는 게 현실인 것 같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도 워낙 들어가는 돈이 많으니 말이다.


아이를 낳고 난 후 많은 엄마들이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교육용 장난감이나 교육 프로그램, 책 등을 검색하는 일이다. 나 역시 아이가 6개월 정도 지나면서부터는 회사에서도 틈틈이 육아 정보를 찾고 온갖 아기용 교재와 책들을 검색하곤 했다.


그러다 아기의 지능 개발에 좋다는 값비싼 교재와 전집을 발견하면 살까 말까 고민을 한다. 다만 몇 십만원, 때론 100만원이 넘어가는 가격이 가슴에 턱 걸리곤 했다. 물론 할부로 사면 몇 십만원, 혹은 100만원은 그냥 확 써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써버릴 경우 저축을 줄여야 했다. ‘몇 달 저축 좀 줄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사야 할 교재와 전집도 계속해서 생긴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마도 다른 엄마들도 아이가 태어나면 이런 값비싼 교육교재, 전집류의 책들, 장난감 등에 대한 소비 욕구와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가베니 오르다니 몬테소리, 프뢰벨 등 수십만원 짜리 교재 한 세트를 사면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 교육을 시켜 준다는 식의 상품이 얼마나 많은가.


난 이런 교재나 전집은 단 하나도 사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무수히 많은 날들을 살까 말까를 고민하며 보내야 했다. 나처럼 사지 않고 버틴 엄마가 있는가 하면 ‘몇 달 다른 돈 안 쓰고 말지’하며 사준 엄마들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건 아이 교육과의 전쟁에서 가장 쉬운 초입 단계일 뿐이라는 점이다. 아이가 좀 자라면 영어유치원이니 창의력 개발을 위한 놀이학교니 하면서 좋은 유치원을 보내기 위한 전쟁, 또 좀 자라면 영어교육과의 전쟁이 이어진다.


학교 들어가면 영어 학원, 수학 학원에 예능 학원까지 학교 교육 외에 가르쳐야 할 것은 왜 이리 많은지… 아이 교육비로 돈이 술술 새어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러다 보면 비상사태를 위한 저축이나 노후를 위한 대책 같은 것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게 된다.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자식이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인생의 보석 같은 존재다. 이 때문에 충동구매를 모르던 사람들조차 자식에게 좋다고 하면 귀가 솔깃해지고 지갑에 손이 가게 된다. ‘그냥 할부로 사서 몇 개월 고생하지 뭐’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 1~2년 키우고 말 것인가.


우리나라 엄마, 아빠들 다들 최소한 아이 대학까지는 보낸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대학까지 졸업 시키려면 여자는 22년, 재수하면 23년, 남자는 군대 복무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최소 22년에서 25년 정도까지는 양육비든 교육비든 돈을 대줘야 한다. 아이가 졸업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결혼할 때가 되면 결혼자금을 어느 정도는 보태줘야 한다. ‘시대가 변해서 졸업 뒤엔 자기가 돈 벌어 시집, 장가 가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부모 마음이란 것이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러니 자녀에게 들어가는 돈도 지금 당장의 씀씀이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자녀를 어디까지 교육시키고 어디까지 뒷바라지할 것인지 냉정히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부가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을 계산해보고 아이가 대학 들어갈 나이, 결혼할 나이를 따져보라. 돈을 벌 수 있는 기간 동안 매월 얼마씩 아이에게 쓰고 또 모을 수 있는지 계산해보고 아이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각 기간별로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할지 대략적이나마 계산해보라.


이렇게 아이의 졸업 이후까지 장기간의 육아 및 교육 과정을 펼쳐 놓고 따져보면 지금 당장 지능을 높여준다는 몇 십만원짜리 가베 하나 사주는 것이 몇 달 고생하고 말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초등학생 아이를 한 달에 30만원짜리 영어 학원 보내놓고 안심하고 있을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우선 가장 먼저 생각할 일은 자녀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뒷바라지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 다음엔 월 소득에서 자녀에게 쓸 수 있는 돈을 따져봐야 한다. 내 집 마련과 노후대비 자금을 제외하고 매달 쓸 수 있는 돈 중에서 교육비로 어느 정도를 쓸 수 있는지 계산해보라. 아이가 하나라면 이 돈을 다 한 아이에게 쓸 수 있겠지만 아이가 둘인 경우, 셋인 경우는 전체 교육비 지출을 한 아이 당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자산이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든 자기 자식에게는 최고의 것, 최고의 교육 기회를 선사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의 수준에서 최선의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교육이다.


아이에게 가장 비싼 교육의 기회를 주지 못함으로 인해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말라.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은 대개 시골의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다. 왜 그럴까? 돈이 없어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 환경을 바꿀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권성희 ‘준비하는 엄마는 돈 때문에 울지 않는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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