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칼럼] 고객 판단 흐리는 펀드의 함정
[여기자칼럼] 고객 판단 흐리는 펀드의 함정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10.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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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열풍이 갈수록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펀드는 90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펀드의 르네상스라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얼마 전 모 신문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용에 따르면 담당기자가 초심자임을 강조하며 시중은행 다섯 곳에서 펀드 2~3개를 추천받았다고 한다. 이때 대부분의 은행 직원들은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라는 말과 함께 몇 가지 펀드를 집중적으로 추천했다.


직원들이 추천한 펀드상품 설명서에는 형광펜으로 덧칠된 최근 수익률만을 강조했다. 기자는 수수료와 보수가 궁금하다고 물었고 그제야 광고 전단지에 깨알같이 적힌 내용을 보여줬다. 은행이 챙기는 판매보수는 투자금액의 1.75~1.975% 수준. 이는 금융감독 당국이 밝힌 평균 연 1.41%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보수율이 높다”고 하자 직원은 그만큼 수익률이 좋아서 괜찮다고 안심시켰단다.


시중은행 대부분에서 판매보수율이 높은 펀드를 집중적으로 권유한다. 판매보수율이란 은행이 판매 창구와 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로 가져가는 수수료를 말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펀드판매사(은행)의 이익은 커지는 것.


기자가 추천받은 펀드는 모두 14개. 이 가운데 9개가 평균 연 1.41%의 판매보수율을 넘어섰다. 영업력이 강한 것으로 소문난 은행일수록 ‘배짱 보수’를 제시했다는 내용이었다.


판매보수 방식 외에도 은행 직원들이 고객의 판단을 흐리는 것이 또 있으니 바로 ‘수수료’다.


보통 한 펀드는 동일한 수수료, 보수 요율을 갖는다. 그러나 한 펀드 내에서 서로 다른 수수료와 보수 체계를 가지는 경우를 ‘Class'로 구분하고 있다. 같은 펀드지만 Class가 다르면 펀드가 운용하는 자산이 같더라도 수수료와 보수 체계가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다.


펀드 Class는 보통 A, B, C, D로 나뉜다. A는 선취판매 수수료만 징구하고 B는 후취판매 수수료만 징구한다. C는 선취-후취판매 수수료 모두 징구하지 않는 것이며 D는 선취-후취판매 수수료 모두를 징구한다.


예를 들면, 1000만원을 펀드에 투자할 때 Class A와 C 중 어느 것이 유리할까. Class A의 경우 판매 수수료로 1000만원의 1%인 10만원을 최초 투자 시 한번 떼고 신탁보수인 1.5%는 가입기간 동안 투자금액 대비 일할(매일 잔액을 기준으로 보수를 계산하는 것) 계산해 지속적으로 뗀다. 반면 Class C는 판매 수수료가 없는 대신 신탁보수만 2.5%를 지속적으로 뗀다.


모든 가입자는 향후 원금보다 많은 수익을 원하기 때문에 가입한 펀드의 금액이 늘어나길 바란다. 현재 1000만원이 나중에 50%의 수익이나 1500만원이 됐다고 하자. 그렇다면 현재의 원금 1000만원에 대해 수수료를 미리 떼는 것이 나중에 불어난 1500만원에 대해 보수를 지속적으로 떼는 것보다 낫다.


따라서 향후 투자금액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는 가입자는 선취 수수료로 비용의 일부를 처음에 지불하는 Class A가 유리하다. 하지만 주의점이 있다. 바로 펀드 투자기간이다. 장기 투자자에게는 선취 수수료가 유리하나 단기 투자자에게는 불리하다.


그런데 “판매보수가 높다”는 고객에게 “보수가 부담스러우면 선취 수수료도 생각해 보라”며 “환매수수료가 없거나 낮기 때문에 단기 투자에 적합하다”며 잘못된 투자를 권하는 은행 직원도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웅진윙스. 2007)에는 “금융회사는 절대로 당신의 편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은행도 ‘회사’다. 이익을 위해 은행은 고객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금융소비자 스스로 똑똑해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아이엠리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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