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서두르지 않아야할 이유
내집마련 서두르지 않아야할 이유
  • 아이엠리치
  • 승인 2007.10.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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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 단순한 내 집 마련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재테크 수단이다. 내 집 마련은 평범한 샐러리맨이나 자영업자 가정이 재산을 가장 확실하게 빨리 불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되어 왔다.


지금까지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들의 재산 증식 방법은 간단했다. 적금을 부어 목돈을 마련한 뒤 대출의 약간 받아 일단 집을 산다. 그런 뒤 또 적금을 들어 목돈을 만들어 집 평수를 넓혀 간다. 평범한 샐러리맨이나 자영업자로 강남 요지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는 이렇게 몇 번 부동산 갈아타기를 하면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젠 ‘내 집 마련=최고의 재테크 수단’이란 생각을 전면 재검토할 때가 됐다. 우선 집은 적은 돈으로 투자하기가 어렵다. 부모의 도움 없이 수도권에서 집을 사려면 대개는 대출을 받아야 한다.


대출을 받지 않더라도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집에다 쏟아 부어야 한다. 이렇게 집에 전 재산을 ‘올인’하면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자금,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점 더 늘어나는 교육비, 부부의 퇴직 후 노후자금 등을 거의 마련하지 못하게 된다. 금융자산 없이 집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남편이 갑자기 실직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큰돈이 필요한 불의의 사고라도 생기면 어떻게 될까? 자녀 대학 등록금 내줄 돈이 없어 쩔쩔매게 되는 것은 아닐까.

 

또한 집을 보유하고 있음으로 인해 내야 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종부세는 기준시가 6억원 이상인 주택만 내는 세금이고 재산세는 집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다 내야 하는 세금이다. 비싼 집일수록 종부세 때문에 집으로 인한 세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재산세도 현재는 기준시가의 50%에 대해서만 부과되고 있지만 내년부터 매년 5%포인트씩 과표가 높아져 2017년에는 100%가 된다. 이 때문에 2017년까지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재산세는 매년 올라가게 돼 있다.


더 본질적으로는 자신이 사는 집이 과연 재산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집값이 올랐다고 그 집을 팔고 더 싼 집을 사서 이사 갈 것인가. 더 싼 집으로 이사 가려면 십중팔구 교통이나 교육환경, 편의적인 여건이 훨씬 못한 곳으로 가야 한다. 정말 그럴 마음이 있는가.


‘가난한 부자’란 말이 있다. 돈이 많으면서도 남을 돕는데 인색한 부자도 마음이 가난하다고 해서 ‘가난한 부자’라고 하지만 부동산만 있고 쓸 돈이 없는 부자도 ‘가난한 부자’라고 한다. 강남에 퇴직한 노인들 중에 특히 이런 ‘가난한 부자’들이 많다. 집은 10억원이 넘어 부동산 부자지만 집을 사느라 저축이 넉넉치 않아 종부세와 재산세 낼 현금마저 부족한 사람들이다.

 

아직도 집이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 집을 사면서 생기는 기회비용을 점검해봐야 한다. 집에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는 뜻이다. 집은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덜컥 집을 샀다가 교통도 불편하고 집값도 오르지 않고 대출 갚느라 이자는 계속 나가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차라리 집 사는데 대한 조급증을 버리고 그 돈을 펀드에 투자했다면 그 기간 동안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서 더 많은 돈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무리해서라도 빨리 내 집을 마련하려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우리의 믿음처럼 항상 그렇게 오르기만 했던 것일까? 항상 최고의 재테크 대상으로 높은 수익을 안겨줬던 것일까? 실상을 따져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부동산 금융포털 사이트인 유니에셋에 따르면 1986년부터 2005년까지 20년간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2배가량이 뛰었다. 이는 연평균 상승률이 3.6%란 말이다. 이 기간 동안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2.5배가 올랐다. 이는 연평균 상승률이 4.7%란 뜻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20년간 연평균 상승률은 5%가 안 됐다는 말이다.


오르는 곳만 오르고 오르지 않는 곳은 오르지 않았다. 이런 점은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다. 오르는 종목만 오르고 안 오르는 종목은 안 오른다. 집도 일단 사놓으면 무조건 오른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내 집 마련, 즉, 우리 가족이 살 집을 사는 것이 목표라면 이제 좀 느긋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인데 올랐다고 지금의 생활이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러나 무리하게 대출 받아 집을 사서 온 가족의 재정적 미래를 집 하나에 매다는 것은 절대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내 집 마련과 함께 교육비 마련과 노후대비도 중요한 재정과제다. 모두 시간의 힘을 빌린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갖고 돈을 모아 신중하게 공략하자.

 

[권성희 ‘준비하는 엄마는 돈 때문에 울지 않는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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