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처럼 싼 게 대체 어딨나"
"책처럼 싼 게 대체 어딨나"
  • 북데일리
  • 승인 2006.11.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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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취재차 만난 독서광들은 하나같이 “책처럼 싼 게 어딨느냐”고 입을 모았다.

“책은 돈 주고 사서 봐야 한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는 초로의 독서광 K씨는 술값, 담배 값은 물 쓰듯 하면서 책 사는 데 드는 돈은 어떻게든 할인 받으려고 안달하는 사람들을 보면 씁쓸함을 느낀다고 했다.

한 사람의 생각과 삶이 응축된 것, 새로운 세상과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데 1만원 2만원은 너무도 싼 가격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조금만 다리품을 팔 면 헌책방에서 3천원 4천원 심지어 500원 1천원에도 살 수 있는데 돈 없어서 책 못 사본 다는 말은 모두 핑계라고 전했다.

전국의 헌책방은 안 가 본 곳 없이 다녀본 C씨 역시 책 사는 데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았다. 또, 책값을 깎지도 않는다. 그는 “책 파는 사람이나, 도매상, 소매상, 책 만드는 출판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무리한 할인경쟁을 부추긴다면서 온라인 서점을 강렬히 비난했다. 할인율, 할인쿠폰, 이벤트의 뒷감당은 온전히 출판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책값을 깎지 말고 제 값 주고 살 것”을 주문하는 그 역시 담뱃값에 쓰는 돈을 조금만 아끼면 좋은 책 몇 십 권도 사 볼 수 있다는 충고를 던졌다.

인터뷰로 만난 소설가 장정일 씨 역시 ‘책처럼 싼 게 어디 있냐’며 책의 가치를 강조 했다. 책은 반드시 도서관에서 읽은 후 사서 본다는 그는 이런 ‘사전점검’ 구매 법을 권유했다. 그래야 책을 산후에 후회가 없을뿐더러 도서관, 서점, 출판계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는 도서관에 신간구매요청을 해야 출판계도, 도서관도 활성화 될 수 있기에 이 같은 방법을 권유한다고 했다.

그나마 몇 남지 않은 동네 서점들이 영업 난으로 인해 존폐위기에 놓여있고, ‘빚’내서 만든 책이 이틀 만에 반품되어 들어오는 작은 출판사들의 비명이 빗발치는 열악한 출판시장이지만 온라인 서점, 대형출판사들의 급격한 성장세로 인해 이러한 어려움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당연한 시장논리가 아니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1년에 몇 권이나 책을 ‘제값’주고 사는지 다시, 되묻고 싶다.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보는 길을 열어주는 한 권의 책. 그것에 얼마나 ‘인색한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볼 일이다.

TV,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의 책상에, 온라인 쇼핑몰 즐겨찾기로 가득한 컴퓨터 위에 오늘부터라도 몽테뉴의 말을 적어 붙여보자.

“독서같이 값싸게 주어지는 영속적인 쾌락은 또 없다”.

달라진 삶에서, 책의 향기가 피어날 것이다. 삶은, 책 없이 걷기엔 너무 길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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