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와 삼식이`도 거울없이 사랑했을까?
`삼순이와 삼식이`도 거울없이 사랑했을까?
  • 북데일리
  • 승인 2005.08.24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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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MBC 새 드라마 `비밀남녀`의 주인공 한지혜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거론하며 `진헌이가 희진이 대신 억척스러운 삼순을 선택한 것이 조금 이해가 안됐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뚱뚱한` 삼순이(김선아)가 줄곧 예쁘고 날씬한 희진(정려원)과 비교된 것을 생각하면 한지혜의 말이 이해안되는 바가 아니다.

삼순과 진헌처럼 불균형 커플의 사례는 `미녀와 야수`나 `노틀담의 곱추`가 대표적이다. 두 작품은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로, 아주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외모의 벽을 뛰어넘은 `영혼의 사랑`을 다뤘다.

그러나 조금 `삐딱하게` 이야기를 비틀어보면 어떨까. 야수를 찾아간 여성이 `미녀`가 아니고 `추녀`였다고 생각해보자. 또한 마법에서 풀린 야수가 `잘생긴 왕자`가 아니라 `추남`이나 `노인`이었다면 말이다. 그래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끝을 맺을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곱추가 죽지 않았다면 `영혼의 사랑` 운운 할 수 있었을까.

25세에 발표한 `살인자의 건강법`을 10만부 이상 판매하며 `천재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은 아멜리 노통브는 `미녀와 야수`가 왠지 못마땅했나 보다. `머큐리`(2005. 열린책들)는 `미녀와 추남` 테마를 새롭게 해석한 노통브식 소설이다.

그의 책에는 한 `죽음의 경계`라는 외딴 섬이 등장한다. 섬에는 77세 노인 콩쿠르와 23세에 불과한 그의 어린 양녀 하젤, 그리고 하인들이 등장한다. 콩쿠르는 얼굴에 화상을 입은 하젤을 구해주고 그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 섬은 두 가지 법칙이 지배한다. 콩쿠르의 허락이 없으면 누구도 외부와 연락할 수 없으며 거울이 없다는 점이다. 하젤이 자신의 외모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콩쿠르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하젤의 외모는 누가 봐도 아름답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즉 `머큐리`에 등장하는 77세 야수는 `미녀와 야수`의 야수에 비해 훨씬 지능적이다. 그는 순수한 미녀를 무작정 기다리는 대신 자신을 좋아하게 정신세계를 조작했다. 그러나 그 음모는 하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섬에 온 미녀 간호사 프랑스아즈에 의해 깨진다.

이러한 책의 내용이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유태인의 생활규범인 탈무드에는 `굴뚝 청소부`에 얽힌 일화가 나온다. 청소를 마친 뒤 한 명은 얼굴이 까맣게 더러워졌지만 다른 사람은 깨끗했다. 그런데 마주 보게된 두 사람 중 얼굴을 씻은 청소부는 깨끗한 쪽이었다.

인식의 모순을 꼬집은 내용이지만 지금이라고 그리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외모를 뛰어넘은 사랑이 줄곧 그려지지만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서는 항상 `얼짱 스타`가 수위를 차지하는 걸 보면 그렇다.

(사진=1.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2.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곱추`, 3.책 `머큐리`, 4.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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