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속 단비처럼 반가운 동시집
가뭄 속 단비처럼 반가운 동시집
  • 북데일리
  • 승인 2006.11.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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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 불황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아동도서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특히 전체시장의 발행부수가 전해에 비해 1,000만부 이상 줄어들었던 2004년. 아동도서는 도리어 700여 만부가 늘어 총 2,100만부가 쏟아져 나왔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 나오는 아동서적의 장르가 대개 동화, 학습 만화, 논술에 치중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시집 <벌거벗은 아이들>(문원. 2006)의 출간이 가뭄 끝 단비처럼 반가운 건 이 때문이다.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독서도 학습의 일환이 돼버린 요즘.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가져다주지 않을까하는 기대에서다.

“시의 나라에는 어린이들이 살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 나라에는 싸움을 해도 남을 이해하면서 싸우고, 약한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는 이도 없겠지요. (중략) 나도 그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만 살 수 있다고 하여, 오늘도 나는 어린이 흉내를 내 봅니다.”

저자 고광근의 말이다. 그저 흉내를 냈을 뿐이라지만 시에 담긴 동심은 어린이의 그것 못지 않다.

“태안 산후리 / 외할머니 댁에 가면 / 화장실은 / 대문 돌아 외양간 옆 // 화장실에 가다가 / 무서워 / 텃밭에 주저앉은 내 동생 엉덩이 // 초저녁 / 어스름 텃밭에 / 보름달 하나 (‘텃밭에 뜬 달’)

“너는 늘 / 넘쳐나는 함박웃음 // 네 웃음은 / 어떻게 피어나니 // 가슴속에 맑은 샘물이 / 퐁퐁퐁 고여 피어나지 // 몸을 / 낮춰봐 / 낮출수록 차오르는 / 맑은 마음” (‘네 웃음은’)

설마 귀신이라도 나올까 재래화장실을 무서워하는 순진무구함, 동생의 엉덩이를 보고 보름달을 연상해내는 기발함이 마냥 사랑스럽다. 아이의 입에 걸린 함박웃음은 상상만으로도 정겹다.

물론 어리다고 해서 마냥 삶이 아름답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들 나름의 고단함과 슬픔, 아픔이 있다. 시인은 그런 아이들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하는 일 역시 잊지 않는다.

“가진 게 없어 / 남에게 줄 게 없다고 // 슬퍼하는 친구에게 / 따뜻한 말 한 마디 / 건네 주면 어떨까 / 힘들게 서 계시는 할머니께 / 앉은 자리 / 사뿐 비워 드리면 어떨까 / 그래도 줄 게 없다고 / 생각이 들면 // 떨어져 있는 휴지 한 장 / 휴지통에 담뿍 넣어주는 거야 / 나를 펴다보는 사람에겐 / 함박웃음까지 덤으로 주는 거야” (‘줄 게 없다고’)

<벌거벗은 아이들>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그물에 걸림 없는 바람과 같이 자유롭다. 평화롭고, 다툼도 없다. 이것이 시인이 생각하는 진정한 아이들의 세계인 모양이다.

[북데일리 김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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