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책으로 가득한 집`이 꿈인 부부
②`책으로 가득한 집`이 꿈인 부부
  • 북데일리
  • 승인 2006.11.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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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의 방]홍제동 사는 신진상, 최양희 부부

“아내는 그림책 마니아”

최 씨는 전작주의로 집요하게 사 모은 수백 권의 그림책을 공개했다. 그림책을 ‘완성도 높은 예술품’이라고 말하는 최 씨는 친척, 이웃들에게 선물한 그림책만도 수백 권에 이를 것이라며 사과박스에 책을 넣어 선물한 사실도 털어 놓았다.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는 존 버닝햄, 피터시스, 데이비드 매컬레이, 셜리 휴즈 등 셀 수 없이 많다. 한국 작가로는 조선일보에 연재중인 신경숙의 ‘푸른 눈물’의 삽화를 그리고 있는 김동성을 꼽았다.

“한권이 재미있으면 다음 책도 기다려진다”는 최 씨는 그림책 역시 전작주의식으로 수집한다. 자칫, 어린이 그림책에 빠져있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할 사람도 있을 터. 최 씨는 “어른 책 아이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며 김동성이 그림을 그린 <나이팅게일>(웅진닷컴. 2005)을 펼쳐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 본 군중 장면. 운집해 있는 수십 명의 얼굴 표정이 어느 하나같은 것이 없다.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작가의 신비로운 손끝을 통해 완성된 터치 하나 하나가 주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인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갈수록 수묵화에 끌려요. 보다 보면 숨이 막힐 정도죠. 기막히다는 탄성 밖에 나올 것이 없어요”

아이에게 책을 읽히다 그림책 마니아가 된 최 씨.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림책 <설빔>(사계절. 2006)을 재미교포 가족에게 선물했더니 아이들이 팔짝팔짝 뛰었다며 행복한 한 때를 떠올렸다. 그림책으로 아이를 지도하고 싶은 엄마들을 위해 교육법도 설명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거나 미취학 아동일 경우 처음부터 글씨를 읽게 하지 마세요. 책장을 천천히 넘기면서 그림만 보라고 하세요. 그림을 본 느낌을 이야기 하는 훈련을 하세요. 고학년이 되면 글씨까지 자연스럽게 읽게 됩니다”

“남편은 김용석, 이정우, 가라타니 고진 마니아”

아내 못지않은 독서광 신 씨는 대학시절에는 사회과학계열의 책을 즐겨 읽었다고 했다. 좋아하던 작가 최인훈, 정운영, 이청준의 작품은 지금도 즐겨 읽는다고. 이중에서도 정운영은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쓰는 글쓰기의 진수가 무엇인지 보여준 저자라 좋아한다. 신 씨 역시 전작주의 식으로 책을 읽는 타입이라 세 저자의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다. 최근 좋아하게 된 작가는 김용석 교수, 이정우 교수, 일본의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 독자를 세뇌 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야를 틔워준다는 점에서 이들의 책을 좋아하며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사 모은다.

신 씨는 책을 읽으며 영혼의 치유를 받는다고 했다. 지적 호기심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 기본적인 동기라면 정신적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논술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다 보면 논술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 대한 시야가 넓어진다”는 전문가다운 조언을 밝혔다. 이어 “실용적인 도움, 이익의 유무만을 따져 책을 읽고 책값에 응하는 대가를 얻어야겠다는 태도는 상당히 안 좋은 습관”이라며 “책을 읽는 것 자체에 위로를 받고 편안함을 느끼다 보면 1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독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서로 좋아하는 장르는 다르지만 부부가 함께 좋아하는 저자가 있다. 바로 신영복과 다치바나 다카시. 이들의 책이 나오면 반드시 두 권씩 사서 소장한다. 빌려 읽는 느낌이 싫기 때문이다. 책으로 가득한 집을 만들고 싶다는 것 역시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청어람. 2001)를 읽으며 꾸게 된 꿈이다.

책 읽는 방법도 다르다. 남편은 줄을 많이 치고 접기도 하지만 아내는 줄을 치지 않고 여러 번 읽는 편이다. 닳을 때 까지, 책을 놀잇감 삼아 읽는다는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이 흐뭇해보였다.

(③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 = 고아라 기자)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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