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유혹>(해냄. 2006)의 저자 박재은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두를 차치하고, ‘푸드 칼럼니스트’로 불리길 고집한다. 동아일보, 한국일보를 비롯해 행복이 가득한 집, 무비위크 등 일간지와 월간지에 음식에 관한 칼럼을 몇 년간 연재하면서 스스로 ‘맛 쓰기’에 ‘맛’을 들였기 때문이다.
<육감유혹>은 이 중 한국일보에 실렸던 ‘박재은의 음식 이야기’를 엮은 책. 그녀는 작가의 말에서 “식재료 하나 썰어 넣지 않고 온전히 글자만으로 요리하는 맛을 알았다”고 털어놓고 있다.
저자가 글자를 주재료로 요리한 문장들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닭날개와 돼지껍데기 안주를 잘근잘근 씹고, 말캉하게 삶아진 도가니를 쪽쪽 빨고 있노라면 내 피부가 덩달아 쫀쫀해지는 느낌이다. 이 모두가 콜라겐 덕분이다.” (‘피부 미인이 되는 길’ 중)
“북어를 쪽쪽 찢어서 기름에 볶다가 콩나물을 넣고 끓이는 해장라면이나 케첩과 파인애플을 넣고 볶다가, 피자치즈를 얹어서 먹는 그라탕라면을 아는지? 라면을 끓이다가 순두부를 뚝뚝 떠 넣고 고추기름 몇 방울과 달걀로 마무리하는 순두부라면은 한 끼 식사로 손색없고, 국 간장으로 간을 하고 청경채를 넣는 간장라면은 맛이 깔끔하다.” (‘텔레비전 속 맛있는 세상’ 중)
책에 실린 사진은 모두 여행 칼럼니스트이자 라이프스타일 사진가인 남편 임우석씨가 찍었다. 솔솔 풍겨오는 ‘고소한’ 냄새가 단지 음식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북데일리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